[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제5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6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이번 회의의 주요 관심 사안인 브릭스 개발은행 출자금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난항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브릭스 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브릭스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 후 프라빈 고단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은 이날 재무장관들이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했다고 밝힌 반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개발은행과 관련한 핵심 이슈에 대해 합의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힌 것이다.
AFP 통신은 고단 장관이 재무장관 회의 직후 AFP 통신 기자에게 "(잘)끝났다"며 "진전이 잘이뤄졌고 정상들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고단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을 더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은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은행 자본금 규모나 회원국이 내놓아야 할 기금 규모 등에 대해 합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개발은행 운영 원칙과 관련해 회원국이 동등한 자격을 갖는지 아니면 기금출연 규모에 따라 다른 자격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5개 회원국이 100억달러씩 출자해 500억달러 규모로 출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브릭스 내에서도 중국의 경제규모가 절반이 넘어 동일한 규모로 출자하는 것과 관련해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개발은행 사무국이 어느 나라에 위치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그 문제를 논의하기엔 너무 성급한 단계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더 노력하기로 했다. 만일 가능하다면 국가수반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신화통신은 루지웨이 중국 재무장관은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루 장관은 "5개국 재무장관들이 개발은행 설립이 실현 가능하며 타당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각국이 은행에 출연할 초기 투자금 규모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지금 가진 것은 전반적인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인 결과는 내년에 이뤄질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개발은행 설립 문제는 각국이 설립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은행의 초기 자본금 규모와 각국의 출연 규모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상들이 이날 개막식에 이어 27일 공개·비공개 회의를 하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상회담 폐막 직후 공개될 회의 결과에서 합의 여부가 최종적으로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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