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헤지펀드와 같은 투기꾼들이 특정 통화에 대해 대규모 약세 포지션을 구축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남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호주 달러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호주 달러가 빠른 속도로 2007년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초 달러당 1.2호주달러선 후반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달러·호주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0.95호주달러선까지 내려와 있다. 포브스는 호주달러 가치가 단기간에 30% 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포브스는 정치적 불안정과 호주 경제를 지탱해왔던 광산업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을 호주달러가 급락할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지난 21일 호주 집권 노동당은 지난해 2월에 이어 또 다시 대표 선출 투표를 치르는 홍역을 치렀다. 길라드 총리로는 9월 총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당내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길라드 총리가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진데 따른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지난해 2월과 달리 이번에는 케빈 러드 전 총리가 당내 경선에 출마하지 않아 길라드는 자동으로 유임됐다.
하지만 이는 길라드 정부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노동당은 계속해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다.
재신임 투표 후 여론조사에서 길라드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26%에 머물러 2011년 9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야당인 자유당 토니 애보트 대표의 지지율은 39%였다. 노동당 지지율도 42%를 기록해 자유·국민당 연정의 지지율 58%에 뒤졌다.
이같은 정치적 불안정은 총선이 실시되는 9월14일 전까지 지속되며 호주달러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경제를 이끌었던 광산업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불안감은 호주달러에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호주의 무역수지는 10억6000만호주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6억6000만호주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월에 석탄과 금속 수출은 각각 5%, 9%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 경제단체들은 2020년까지 광산업 경기가 점진적으로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빨리 내홍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수지 악화에 따라 5월14일 공개될 예산안도 호주달러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에서 대규모 적자를 반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노동당 정부는 오는 6월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에 흑자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차기 회계연도에도 재정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향후에는 호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도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에 더 의존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달러 가치는 지난 12년간 두 배로 상승했다. 2000년만 해도 달러·호주달러 환율은 달러당 2호주달러를 웃돌았다. 이후 점진적으로 달러·호주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해 2010년 11월 패리티(1달러=1호주달러)마저 깨고 내려왔다. 하지만 포브스 분석대로라면 더 이상 하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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