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퇴임앞두고 FT인터뷰..."광산업은 하루 아침에 수익내는 곳 아냐"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달말로 퇴임하는 영국 런던 상장업체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의 신시아 캐럴 최고경영자(CEO.56)가 투자자들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남겼다.
캐럴은 2007년 3월 앵글로 역사상 첫 여성 외부인 CEO로 주목을 받았지만 상품 가격 하락과 광산 노동자 파업,주요 프로젝트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실적악화로 사임압력을 받자 지난해 10월 물러나기로 했고 이달 말 6년만에 퇴임한다.
캐럴은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인터뷰에서 투자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꾸짖었다.또 기대치를 조정하거나 그게 싫으면 광산업에서 손을 뗄 것도 권했다.
캐럴은 더 많은 현금 투자 수익을 내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대해 “광산회사와 투자자자들 간에 괴리가 있다”면서“투자자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게 뭔지 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캐럴의 이 발언은 브라질 미나스-리오의 철광석 개발 프로젝트의 비용이 초과하는 등의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사임압력이 높아진 것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나스-리오 프로젝트는 앵글로가 2008년 인수한 이후 비용을 네 번이나 수정해 총 비용이 58억 달러로 불어났고 완공시기도 2014년 하반기로 연기해야 한 골치덩어리였다.
이는 비단 앵글로만의 사정은 아니었고 호주의 BHP빌리턴과 브라질의 리오틴토 등 세계 1,2위의 광산업체도 마찬 가지였다. 이들 3사는 엄격한 자본 배정과 더 많은 현금 수익을 촉구하는 주주들의 요구에 대응해 CEO를 갈아치우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캐럴은 마크 큐티파니 앵글로아메리칸 아샨티 대표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BHP는 오는 5월 마리우스 클로퍼스를 갈아치우고 앤드류 맥킨지 비금속 부문 대표를 새로운 CEP로 선임했다.
캐럴은 “광산업은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하루 밤사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업계 상황이 변했으니 주주들 또한 바뀌어야 한다.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앵글로는 지난달 18일 2012년 실적 발표에서 2억39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의 108억 달러 세전 순익에 비해 102%나 줄어든 것이다.매출액도 전년 365억800만 달러에서 327억8500만 달러로 줄었다. 앵글로가 손실을 낸 것은 상장후 처음이었고 주주들이 노발대발한 것은 당연했다.
순익감소는 상품 가격 하락 탓도 있겠지만 브라질의 미나스-리오 철광석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49억 달러의 손실비용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캐럴은 ‘자본배정에 신중하라’라는 주주들 요구를 인정하면서도 “요구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녀는 “일부주주는 오늘 심하게 압박을 받으면 내일이면 수익을 원한다”면서 “그들은 수익은 그런 식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얻는데 애를 먹는다”고 일갈했다. 캐럴은 “우리는 비용삭감에서는 인정사정없어야 하지만, 우리가 장기의 산업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다.
캐럴은 자신의 실적도 강하게 옹호했다.그녀는 “나는 지금 이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 알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럴은 퇴직하면서 120만 파운드의 퇴직금을 받는데 추가 장기 지급금 등을 합치면 총 퇴직금은 600만 파운드에 이른다.
캐럴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생각중”이라면서도 “더 친숙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해 광산업체로 갈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출신인 캐럴은 앵글로로 이직하기전에 연매출 100억 달러에 21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캐나다 알루미늄회사 알칸에서 18년간 재직하면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캐럴은 1978년 뉴욕 스키드모어 대학에서 지질학 학사,1982년 캔자스 대학에서 지질학 석사를 각각 취득한뒤 같은해 아모코에 입사해 석유가스 탐사분야에서 5년을 보냈다. 알칸으로는 1988년 옮겼다.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 1989년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2006년 10월 앵글로 CEO에 선임돼 이듬해 1월 이사진에 합류했고 두달 뒤 50세의 나이로 타라 트라하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올랐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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