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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승승장구 '커피믹스'…사상 첫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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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승승장구 '커피믹스'…사상 첫 추락 1976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커피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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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커피믹스'입니다. 1976년생입니다. 동서식품이 커피와 설탕, 프림 등을 섞어 일 회분씩 포장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도록 해 판매한 것이 커피믹스의 원조입니다.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는 커피믹스의 원조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자부심 또한 큽니다.


제가 처음 태어났을 때만 해도 커피의 원조인 미국이나 브라질, 맥시코 사람들은 저를 비웃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커피와 설탕, 프림을 넣어 판매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입니다.

국내에서도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류층만 즐기는 사치품이다', '외제가 최고다' 등 주부들은 저를 외면했지요. 저를 구매하면 '늦잠 잘 것 같은 여자', '게으를 것 같은 여자', '생각 없을 것 같은 여자'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들을까봐서 저를 구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커피와 설탕, 프림을 따로 타지 않아도 된다는 간편함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이 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올랐고, 다방에서 점차 사무실과 가정으로 확산됐습니다. 저를 비웃던 외국의 커피업체들도 지금은 커피믹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노쇠했는지 젊은 친구(원두 커피믹스)들의 등장으로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37년 만에 사랑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원두커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잇따라 인스턴트 원두 커피믹스를 출시하는 등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저에 대한 사랑이 예년만치 못합니다.


22일 AC닐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믹스 판매량이 10만6196t으로 떨어지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0.6%)을 기록했습니다.


1980∼1990년대 연 20%에 육박하는 성장율을 보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장율이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봐도 2007년 8만5246t(9.2%), 2008년 9만4169t(10.5%), 2009년 9만8993t(5.1%), 2010년 10만2495t(3.5%), 2011년 10만6807t(4.2%)으로 성장했죠.


여기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패턴 변화도 있지만 경쟁 업체들간의 네거티브 마케팅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많이 미쳤습니다. 커피믹스 시장이 하락한 반면 원두 커피믹스 시장은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2011년 이마트 원두 커피믹스 비중은 7.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대로 성장했으며,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1.6%에 불과하던 원두 커피믹스가 올해 13%대에 달합니다.


제 자리를 원두커피가 대신하고 있지만 밉지는 않습니다. 커피는 풍부한 자극성을 지니고 있어 오랫동안 자연치료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뇌에서 연쇄반응을 일으켜 치매 예방에 탁월합니다. 또 약산성으로 여드름을 없애주고 피부의 모공을 조여 건강하고 젊게 보이는 피부를 만들어 줍니다. 이 외에도 입냄새를 없애주는 등 신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켜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원두커피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광호 기자 k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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