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키프로스 디폴트도 배제할 수 없어
키프로스는 러시아 차관 등 새로운 재원 마련방안 검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19일(현지시간) 의회 표결에서 부결됐다.
100억유로(약 14조3708억원) 구제금융 조건으로 키프로스 은행 예금자들에게 58억유로 손실을 떠안으라는 요구에 대해 키프로스가 공식 거부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키프로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키프로스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키프로스 의회는 구제금융안에 대한 표결에서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시켰다.
키프로스 민주당의 마리오스 카로이안 대표는 구제금융 조건을 "키프로스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비윤리적이며 유럽연합(EU)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라며 "유로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노골적인 공갈협박"이라고 강조했다.
구제금융안에 대해 거부한 키프로스는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금융 효과가 똑같다는 전제 아래 "EU가 키프로스에서 논의 중인 수정안을 기다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예금에 세금을 부과해 조달하려던 58억유로는 키프로스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AFP통신은 새 방안으로 국채를 더 발행하거나 키프로스 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러시아의 신규 차관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금융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이날 러시아로 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키프로스 은행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을 당장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긴급 유동성을 영원히 지원해줄 수는 없다며 지불 능력이 있는 은행에만 지원할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회 앞에서는 시민 500여명이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NYT에 "독일이 다시 나치주의와 결탁하고 있다"며 "이번에 독일은 총 대신 돈을 갖고 돌아왔다"고 맹비난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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