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규 ]
“인성 안 된 학생 취업 추천 않겠다”
“기술은 기본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인간미와 도덕성을 겸비한 바른 기술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01 가지 항목의 인성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기업체에 채용추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수한 전공 실무능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교육을 통해 호남지역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 신화를 이뤄 다른 대학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 이종태 학장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달로 취임 1년을 맞은 이 학장을 만나 기업이 폴리텍 출신을 믿고 채용할 수 있도록 인성 인증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폴리텍 대학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종태 학장과의 일문일답.
--한국폴리텍대학의 역할과 주요 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폴리텍대학은 민간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국가기간전략산업 및 신기술산업 분야의 기술인력 양성과 근로자 평생직업능력개발을 목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설립해 운영하는 특수 목적 대학이다.
전국적으로 8개 대학 34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다. 우리 한국폴리텍V대학은 광주, 김제, 목포, 익산, 순천에 5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캠퍼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광주캠퍼스는 2년제 학위과정과 구직자를 위한 1년제 기능사 과정, 근로자 직무능력 향상 및 취약계층 훈련 등 다양한 산학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3월 현재 2년제 학위과정 750명, 1년제 기능사과정 296명이 재학 중이다.
--기업이 만족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최근 인성교육제도를 도입했다던데?
▲21세기 지식사회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채용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실력 뿐 아니라 리더십과 창의력, 정직 등 이른바 인성까지 갖춘 인재를 꼽고 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를, 삼성그룹은 인간미와 도덕성이 충만한 열린 인재를, LG그룹은 기본에 충실하고 협력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에게 ‘폴리텍 출신은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이달부터 학생인성인증 프로그램(바른기술人101)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인성이 검증되지 않은 학생들은 아예 취업 추천 자체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우수 인성이 검증된 학생은 우량 기업 등에 우선 추천할 계획이다.
최근 기업들의 인재 채용 경향이 스펙 중심에서 인성 중심으로 변화해감에 따라, 그 니즈를 교육에 적극 반영한 것이다.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의 취업률은?
▲ 지난해 8월 발표된 대학정보공시의 취업통계 조사결과 광주캠퍼스의 취업률은 88.0%로 호남권 54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취업률인 59.5% 보다 무려 28%p나 높은 수치다. 실제 산업현장을 강의실로 직접 옮겨온 FL(Factory Learning)시스템’을 도입해 현장실무 능력이 우수한 기술인재를 키워낸 것이 높은 취업률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 달로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 지난 1년간 대학을 경영하며 가장 중요시한 부분은?
▲취임 직후 우리 대학의 고객만족도를 분석해 봤다. 사실상 1년 전의 고객만족도는 기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고, 의식개혁과 발상전환 등을 통해 고객만족도 제고에 힘써 왔다.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구체적 개선사항은?
▲우선 모든 행정과 안내 등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했다. ‘원서접수처’를 ‘원서 내는 곳’으로 바꾸어 안내하고, 학교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문자로 지도, 오는 방법 등을 일일이 안내해 드렸다.
각종 행사도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바꾸어 진행했다. 입학식, 졸업식 등의 주인공은 학생인데 중심에는 학교가 있더라. 이런 점을 모두 개선해 먼저 입장 시 학장이 악수로 학생과 학부모를 맞이하고, 단상 위 귀빈석은 모두 없앴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포토라인을 마련하고, 축사 역시 일방적 연설이 아닌 박수와 대답 등 학생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특히 교수님들이 입학생 한 분 한 분 허그로 맞이했던 2013년도 입학식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정규 교육과정 운영 시에도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했다던데?
▲기업체에서 위탁한 재직자 교육과정 운영 시에도 고객만족에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에는 교육 후 수료증만 발급해 드리고 말던 것을, 교육생 개개인의 사진이 담긴 수료증을 제작해 각 업체에 직접 방문 전달해 드렸다. 교육생은 대우받는 기분이 들어 좋고, 기업체와는 교류 관계가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고객만족을 위해 사무실도 대폭 개편했다는데?
▲고객들이 쉽게, 잘 찾으실 수 있도록 행정사무실을 대폭 개편한 바 있다. 1년 전의 행정 사무실은 부서별로 동떨어져 있어 재학생 및 외부 방문객들이 찾아오시기도 힘들고, 혹여 ‘이 업무는 저희 부서 소관이 아닌데요’라는 말이라도 듣게 되면 다시 다른 사무실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더군다나 각 직원들의 책상마다 눈높이까지 파티션이 올라와 있어 선뜻 상담을 요청하기도 힘든 구조였다.
교학처, 학생처, 행정처 3개 행정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고객들의 One-stop 민원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증명서 발급(교학처)을 하러 온 학생이 동시에 기숙사 신청(학생처)과 납부금 조회(행정처)까지 한 곳에서 끝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사무실의 파티션을 모두 없애 직원들이 Eye-contact으로 고객을 맞이하게 했다. 우리 대학 사무실 풍경은 사실 학교 행정실보다는 은행창구에 가깝다. 그만큼 고객에게 열려있는 것이다. 실제 다른 기관이나 캠퍼스에서 학교 사무실을 견학 차 방문하기도 한다.
--1년간 고객만족도 제고에 힘써 왔는데, 이렇듯 고객만족에 중점을 두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 대학의 경우 두 부류의 고객을 대접해야 한다. 한쪽은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이고, 다른 한쪽은 인력의 수요처인 기업이다.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 1차로 학생들을 만족시키고, 보증된 우수인력을 취업시켜 2차로 기업체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전문 기술인 양성을 위한 국책 특수대학, 폴리텍의 숙명이다.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우수인재 공급으로 기업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이는 자연히 취업률 저하로 이어진다. 취업이 안 되는 학교에 학생들이 입학할 리도 만무하다. 이런 순환 구조를 생각해보면, 고객만족에 힘 쏟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비전과 계획은?
▲최근 경기불황으로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있다. 고졸 채용 확대 등 ‘스펙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열린 채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채용은 우리 한국폴리텍대학에게 매우 큰 기회다. 우리 대학은 간판보다는 실력의 실사구시, 공부머리보다는 일머리를 개발해 최고의 테크니션을 길러내는 대학이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바로 현장 및 직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역할이기 때문에 기업과 교류 활성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니즈를 반영해 나가고,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놓고 고객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
또한 취업을 원하는 모든 구직자들이 학비 걱정 없이 기술을 배워 취업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대표 직업교육대학’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고, 졸업생들이 훌륭한 기술자로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종태 학장은…
전북 장수 출신(1955년 생). 1974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한국경제신문과 중앙일보 기자(부장)로 활동했다. 이후 2007년부터 3년간 모교인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연구교수(MBA 지도교수)를 역임했다. 2010년 3월부터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장을 맡아 오다 지난해 3월 한국폴리텍5대학 학장으로 부임해 바른기술인 양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
정선규 기자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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