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2013년을 감히 전성기라 칭해도 될까.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있는 배우가 있다.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 수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한 tvN '이웃집 꽃미남'과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인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 박신혜다.
'이웃집 꽃미남'에서 박신혜는 도시형 라푼젤 고독미를 연기했다. 가슴 깊이 말 못할 상처를 끌어 안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행복을 추구하던 소심한 소녀 고독미는 엔리케 금(윤시윤)을 만나며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박신혜는 "기존 로코와 반대되는 캐릭터라 호기심이 생겨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직인 웹툰과 느낌이 정말 비슷했어요. 제가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이웃집 꽃미남'은 사회의 트라우마를 벗어나려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요즘 보면 이웃에 누가 살고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 '이웃집 꽃미남'은 어떻게 보면 뭔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고독미는 건너편 집에 사는 한태준(김정산)을 망원경으로 몰래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태준의 집으로 놀러 온 엔리케 금(깨금이)과 마주한다. 모든 사건의 시작인 셈이다. 박신혜였기에 자칫 '관음증'이라는 어두운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이 부분이 깜찍한 로맨스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박신혜는 고독미라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슬픔' '우울함'과는 거리를 두고자 했다. 우울하다고 해서 찡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은 최대한 배제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고독미가 어울리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깨금이가 색깔을 입힐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스스로 까맣게 가고 싶지 않았어요. 대사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기존 캐릭터들과 달리 간결했거든요. 질질 끈다거나 애교가 섞인다거나 그런 건 없었거든요. 다 필요에 의해서 나오는 대사였어요. 그래서 힘을 빼려고 한 거죠."
'이웃집 꽃미남'에서 고독미는 깨금이와 뿐 아니라 오진락(김지훈)의 따뜻한 사랑을 함께 받는다. 박신혜에게 깨금이와 진락 중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지 묻자 별다른 고민 없이 "깨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진락에게는 미안하지만, 깨금이는 독미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적당한 자극을 줬어요. 더불어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것들이 독미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돼요. 그렇지만, 사실 깨금이 타입은 제 이상형이 아니예요. 깨금이 스타일은 그냥 깨방정 떠는 친구? 그 정도로만 지내고 싶네요.(웃음)"
달콤한 로맨스를 경험한 박신혜에게 "실제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고 묻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신혜는 "아직은 일이 좋다. 스포츠를 좋아해서 볼링 당구 낚시 웨이크보드 스노우보드를 즐겨한다. 어디 돌아다닌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같이 해줄 수 있는 남자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1월 23일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현재까지도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박신혜는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에서는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었지만, 박신혜의 존재감은 유난히 빛을 발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저는 솔직히 300만 넘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는 예상 못했어요. 영화 찍고 나서 가편집을 봤었는데 엄청 울었었어요. 그래서 큰 반응이 오긴 오겠구나 생각은 했었죠. 첫 주에 100만이 넘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지금도 사실 실감은 잘 안나요. 주위에서는 축하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얼떨결에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는 박신혜는 그간 숱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등장해 모진 시련을 겪었던 꼬마는 어느새 24살의 어엿한 여배우로 성장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가 데뷔 10년이라는 걸 잘 못 느껴요. 가끔 제가 24살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거든요. '천국의 계단'부터 작품 수를 세어 보면 그래도 20대 후반은 됐을 것 같은데, 아직 24살인걸 보면 너무 좋죠. 그동안 정말 좋은 감독님들, 선배님들과 연기해서 행복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계속 하다보면 재밌거든요. 재밌으니까 또 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쉬게 되면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아요.(웃음)"
운동을 좋아한다던 박신혜는 연기의 폭을 넓혀 액션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고독미로 순수한 멜로를 경험했으니, 이젠 가슴 아픈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어려서는 표현력이 부족했거든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액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를 재밌게 봤거든요. 잘 어울릴까요?"
장영준 기자 star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