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피겨 여왕' 김연아가 시즌 최고점과 역대 두 번째 고득점으로 '왕좌'를 탈환하며 올림픽 2연패의 전망을 밝혔다.
김연아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73점 예술점수(PCS) 73.61점 합계 148.34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더해 최종합계 218.31점으로 당당히 우승을 확정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은 2009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김연아는 이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연기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달 일본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일본)가 세운 205.45점. 아울러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이 작성한 최고 기록(228.56점)에 버금가는 역대 두 번째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2위를 차지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197.89점)와 3위 아사다 마오(196.47점) 등 경쟁자들과는 무려 20점 이상 차이나는 압도적 우승이다.
쾌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3장 확보하며 후배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ISU는 세계선수권 우승 또는 준우승국에 3장의 올림픽 티켓을 부여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손해를 본 김연아는 이날 경기 내내 무결점 연기를 선보여 심판진의 눈을 사로잡았다. 프리스케이팅 곡 '레 미제라블'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10점)와 이어진 트리플 플립(기본점 5.30점)을 완벽하게 뛰어올라 각각 1.90점의 높은 수행점수(GOE)를 받았다.
자신감을 찾은 김연아는 스핀 연기에서 레벨 4를 받으며 상승세를 탄 뒤 트리플 살코(기본점 4.20점)와 레벨 4의 스텝 시퀀스에서도 각각 1.40점의 GOE를 챙겼다. 이어 프로그램 후반부 트리플 러츠(기본점 6.60점)를 성공시키며 1.80점의 GOE를 보탰다. 나머지 더블악셀-더블토루프-더블루프 콤비네이션,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더블악셀 등 모든 점프 요소에서도 가산점을 받았다. 마지막 레벨 4의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4분 10초 동안의 연기를 마무리하자 관중석을 채운 9천여 명의 팬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여왕의 귀환'을 환영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레 미제라블'을 완벽하게 연기해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며 "기술과 표현력 모두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앞섰다"라고 극찬했다.
건재를 과시한 김연아는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소치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사상 역대 세 번째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앞서 올림픽을 2회 연속 제패한 선수는 1928년 생모리츠 대회-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대회 정상에 오른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1984년 사라예보 대회-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우승한 카타리나 비트(독일) 뿐이다.
연이은 선전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친 김연아는 자신감까지 소득으로 얻어,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를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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