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극심한 소비 침체가 봄 하우스 수박 출하까지 앞당겼다.
이마트는 가격 폭락을 겪고 있는 수박 농가를 돕기 위해 19일부터 31일까지 전점에서 예년보다 2주가량 일찍 봄 수박을 대량 출하해 판매한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1만5000원~1만8000(3.5kg~5kg 내외)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25% 가량 저렴하다.
겨우내 점포당 하루 1~2통 정도로 구색으로만 운영됐던 수박을 이처럼 앞당겨 판매하고 가격까지 저렴해진 이유는 극심한 불황 때문이다.
수박 작황이 지난해와 비교해 한파 영향으로 3~5% 가량만 감소했으나 예년만큼 소비가 뒤따르지 않자 가격 폭락 현상이 빚어져 수박 농가가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실제 가락시장 도매가 기준 수박(특) 1kg 가격은 15일 기준 2521원으로 4426원이었던 지난 달 15일에 비해 43%나 폭락했다. 따뜻해질수록 가격이 내리는 감소세를 감안하더라도 하락폭이 크다.
지난해 같은 시기인 2월 17일과 비교해서도 49.5%나 가격이 떨어졌다. 작황과 수요가 비교적 평작을 이뤘던 지난해 2월 중순과 3월 중순의 가격 하락율은 22%에 불과했다. 예년에 비해 무려 27.5%나 폭락한 것이다.
특히 하락세는 그나마 제수상 수요가 있었던 설 명절 이후 심화됐다.
이 때문에 함안, 의령 지역 수박 농가들은 수박 출하를 미루거나 출하에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등 겨울 수박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시름에 빠진 수박 농가를 돕기 위해 예년보다 일찍 수박 판매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수박 본격 수요는 4월 초중순부터 발생하지만 이마트는 3월 중순 최고 기온이 10도씨 이상을 넘나들며 날씨가 풀리자 일부 매장부터 발빠르게 수박을 전개한 것이다.
서울 용산점, 성수점 등 주요 점포는 지난 주부터 일찌감치 수박을 볼륨 진열하고 사과, 귤 등 겨울 과일은 축소시키는 등 본격적인 봄맞이에 들어갔다.
달라진 매장 분위기에 소비자 반응도 빠르다. 14일 수박 일일 발주량이 80개 점포 1200통에서 15일 2000통, 16일 2200통으로 늘어났다. 전주 대비 8배 가량 많은 수요다.
폭락 탓에 판매가도 한달 전에 비해 절반 가량 수준으로 저렴해졌다. 지난달 설을 전후해 수박(중) 1통은 3만원~3만3000원 가량이었다.
신현우 수박 바이어는 “극심한 소비 침체가 과일 판매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며 “지금이 3월에 선보이는 이색 봄수박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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