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나주석 기자]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거침 없다. 1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199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시장을 보는 데 활용되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도 최고치 경신이 코에 다가와 있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ㆍ4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1104억달러(약 122조2128억원)로 전분기(1124억달러)보다 1.8% 감소했다. 그러나 미 경제가 의미 있는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런데도 증시 상승이 계속되자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미 재무장관까지 추가 상승 낙관론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침체 뒤 미 증시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현 강세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프리스는 S&P 500 지수가 2007년 10월 9일 기록한 최고점 1565를 넘어 1673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현재 지수는 1563.23이다. 제프리스의 숀 다비 수석 투자전략가는 "증가하는 기업 투자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비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충격을 지나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비는 그 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미뤄왔지만 두 가지 이유로 설비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주식 거래량 증가 추세다.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케첩 제조업체 하인즈를 인수하고 델컴퓨터의 상장 폐지 추진으로 증시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투자자들로서는 다른 곳에서 굴리던 자금을 증시로 쏟아 부을 이유가 커진 셈이다.
애플의 주가 하락도 크게 염려할 게 못 된다. 애플은 주가 상승세에 동참하지 못한 채 연초 대비 20% 정도 떨어졌다. 그러나 다비는 "애플 주가가 하락해도 지난해와 달리 지수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이 구글 같은 다른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미 경제상황이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 성장이 지속되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호재다. 미 실업률은 꾸준히 개선되고 물가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장 상황이다. 게다가 미 기업들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더 튼튼해졌다.
다비는 "일반 투자자들이 증시로 눈 돌리리는 점도 현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는 밑바탕"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도 이날 경제 방송 CNBC와 가진 회견에서 최근 증시에 거품은 없다고 거들었다. 그는 "더딘 경제성장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증시에 거품이 없다"고 단언했다.
루 장관은 "지금 시장에 위기를 초래할 씨앗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퀘스터(미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발동과 연초 소득세율 인상에도 질주하는 증시를 미 정부도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루 장관은 "향후 위기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고 자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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