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부터 조봉암 정치논집까지
화봉문고 대표, 6개월동안 2000여점 기획전시
삼국유사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고서 수집에 30여년을 바친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79)가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장장 6개월에 걸친 전시회를 개최한다.
'책으로 보는 단군오천년'(3월5~30일)을 시작으로 ▲한국의 고활자(4월3~28일) ▲한국 문학작품 산책(5월1~29일)▲한국 교과서의 역사(6월1~29일)▲고문서 이야기(7월1~31일)▲무속사상, 불경·성경·도교·동학 자료(8월3~31일) 등을 소주제로 한 전시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상빌딩 지하 1층 '화봉갤러리' 1~4전시실에서 열린다. 6회에 걸쳐 진행되는 각각의 전시마다 300~400여점의 고서와 자료들이 소개된다.
이달 첫 전시는 단군조선개국부터 삼국·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탄생시절까지 시대 순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고문서 기록들을 펼쳐진다. 이 중에는 단군의 기록이 최초로 등장하는 '삼국유사'와 신라·고구려·백제 3국의 정치적 흥망성쇠를 주 내용으로 삼은 관찬사서인 고려 문신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있다. 삼국유사는 1281(고려 충렬왕 7년)년 일연이 편찬한 것으로 단군조선에서 통일신라까지의 역사·지리·문학·종교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원천적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초권'에는 단군조선의 기록이 있고, '권2'에는 고대문학연구의 귀중한 자료인 14수 향가가 수록돼 있다. 총 5권2책(1~2, 3~5)으로, 화봉문고가 소장한 2책은 '권2~3'이다. 이는 조선 중종 7년(1521년)에 찍은 목판본인 삼국유사 정덕본(正德本)의 일부다. 또 1401년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태종이 즉위하는 데 공을 세운 신하 47명에게 준 공신녹권인 '좌명공신녹권(佐命功臣錄券)'의 필사본도 공개된다.
이충무공전서
이외에도 임진왜란 당시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유고집인 '이충무공전서'도 살펴볼 수 있다. 고서 외에도 임진왜란 시기의 탁본과 병풍그림도 준비돼 있다. 이 중 '북관대첩비'를 본뜬 탁본이 있다. 이 비석은 임진왜란 때 함경북도 북평사(北評事)였던 정문부(1565~1624년)가 이끄는 의병들이 함경도로 피난 온 두 왕자를 적에게 넘기려 했던 국경인(?~1592)을 처형한 전말과, 가토 기요마사의 왜군을 격파한 북관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길주에 세운 전승기념비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제2예비사단의 이케다 마사스케 소장이 일본으로 가져가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되다 2005년 10월 반환돼 대한민국정부에 의해 2006년 3월 1일 북한으로 보내져 원위치에 세워졌다. 그림으로는 경상우도병마절도사 김시민이 3800명의 병력으로 7일간의 결전에서 3만 여명의 적사상자를 내고 대승한 제1차 진주성전투를 그려낸 작자미상의 병풍이 있다.
1954년 죽산 조봉암의 정치논집도 공개된다. 친필서명기증본으로, 공산당과의 투쟁에 승리함으로써 자유와 독립을 지키고 민주세력이 통일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논지지가 담겨있는 책이다. 조봉암은 일본에서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에 참여해 조선공산당 1차당 창당을 주도하고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을 조직해 그 책임비서가 됐지만 그 후 박헌영의 공산주의 노선을 비판하며 노동계급의 독재와 자본계급의 전제를 모두 반대한다는 중도통합노선을 주장한 바 있다.
내달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전시로는 금속활자, 목활자, 한글활자 등으로 인쇄된 책 40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춘향전' 등 작품들도 선보이며 조선인이 만든 최초의 교과서인 '동몽선습' 이판본 20여점 등 오래된 교과서도 구경할 수 있다. 민간에서 길흉화복과 사주풀이에 쓰인 당사주 70여책, 단군천왕, 최영장군, 칠성신 등이 그려진 무속화 20여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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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구 화봉문고 대표
지난 1963년 3월 20일 화봉문고를 창업해 외국학술잡지와 신문, 서적을 수입해 팔았던 여승구 대표는 1980년대 초까지 잡지 '월간 독서'를 발행했었고, 당시 '독서대상', '독서문학상'. '이달의 좋은 책' 등 시상식을 열어 우리나라 독서저변확대에 기여한 이로 정평이 나있다. 이어 1982년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서울북페어'는 그를 고서적의 세계로 빠지게 한 계기가 됐다. 서울북페어는 일본, 미국, 영국 등에서 수입한 외국서적과 국내 서적이 출품, 전시, 판매되는 책잔치였다. 당시 고서 수집가인 윤창석씨가 한용운 '님의 침묵', 백석 '사슴',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문학책 초판본 200권을 내놓았는데, 경매 전날 술자리에서 어울렸던 신문사 문화부장들 중 한 명이 "문학 초판본을 사들여 박물관을 차리라"는 말에 여 대표는 그 200권 모두를 사들였다. 이후 그는 길거리에 버려진 옛 책들을 뒤지고, 경매장을 돌아다니며, 외국까지 왕래해가며 고서적들을 모아왔다. 그렇게 수집해 온 고서적만 10만점에 달한다.
여 대표는 "서울북페어를 계기로 새 책과 연애하고 헌책과 결혼한 꼴이 됐다"며 "앞으로 소망은 정부 소장 고서와 개인 소장가들의 고서를 모아 전시, 연구, 출판, 국제교류 기능을 갖춘 국립책박물관을 설립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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