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울타리는 마구 자빠뜨려 놓고/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하늬바람이랑 별이 모두 우습네요/풋풋한 산노루떼 언덕마다 한마리씩/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구비 강물물은 서천으로 흘러 내려---//땅에 긴 긴 입맞춤은 오오 몸서리친/쑥잎풀 지근지근 이빨이 희허옇게/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서정주의 '입맞춤'
■ 저건 시가 아니라 주문 같은 것이다.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저 네번 반복으로 끓어오르는 음탕과 그리움과 미친 신열과 흐드러진 성욕이 북소리처럼 고조된다. 얼마나 애가 다는가. 애가 타는가. 애가 끓는가. 愛가 치미는가. 한번 닿는 그 구순(口脣)의 일락을 위해서, 지금 당장 죽어도 좋다. 조문도 석사가의가 아니라, 朝接吻 夕死可矣(조접문 석사가의)다.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저 소녀는 그냥 내빼는 법이 없다. 여우처럼 살짝살짝 돌아보며 혼을 빼놓는다. 그러면서 눈짓 고갯짓 손짓을 한다. 그리곤 화라락 달아난다. 이 시의 반복들은 모두 환장할 만한 언어들의 키스다. 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낭기(나무와 나무)가 그렇고 언덕마다 한 마리씩 있는 산노루가 그렇고 개구리는 개구리와가 그렇고 머구리(큰 개구리)는 머구리와가 그렇다. 사람과 사람이 붙는 건 지남철보다 강한, 95%의 까닭없는 망념이다. 그 망념이 슬쩍 뒤흔들어놓는 숫자들의 쾌감. 미당은 시행(詩行)을 돌아다니며 무법자처럼 울타리를 자빠뜨리며 프렌치 키스를 퍼붓고 있는 셈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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