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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김종미의 '키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31초

뜨거운 찌개에 같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우리는 공범자다/말하자면 공범자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숟가락에 묻은 너의 침도/반쯤 빨아먹은 밥풀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국물 맛에만 집중할 동안/오직 뜨거운 찌개가 있을 뿐이다/짜거나 싱거울 때도/우리는 숟가락을 잘 저어/이견 없이 간을 잘 맞추었다//어느 날 너의 숟가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식은 찌개에서 비린내가 훅 풍겼다


■ 인간이 하는 많은 행위 중에 가장 이해 못할 일은 입맞춤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아무런 실익도 이유도 없는 일이다. 입이 하는 많은 행위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겹고 지저분하다. 먹이를 섭취할 때 뒤섞인 많은 냄새와 다채로운 음식찌꺼기들. 더러운 비닐봉투 속처럼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그 신체 부위. 그런데도 인간은 다른 인간의 그것에 기꺼이 맞대고 오랫동안 나비나 벌들이 꿀을 빨듯 깊이 그 맛을 음미한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 더티함을 능가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 멀쩡한 센서를 오작동 시키는 강력한 얼버무림이 입술 주위에서 일어난다는 것, 그것이 입맞춤의 기적이 아닐까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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