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10년간 미국인 100명 탈세도운 혐의...벌금 800억 원 물고 폐업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1741년 설립돼 27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자산관리 전문은행 베겔린은행이 미국인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7400만 달러(한화 약 800억 원)의 벌금을 물고 묻을 닫는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베겔린은행은 이날 미국인들의 탈세를 도와 미국 세법을 어긴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뒤 7400만 달러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제드 라코프 판사는 하루전인 4일 미 연방검찰과 베겔린은행이 1월 초 합의한 벌금(7400만 달러)이 적절하다고 판결하고 이같이 명령했다.
합의내용은 형사벌금 2200만 달러와 탈세 세금 납부액 2000만 달러, 은행이 번 수수료 1580만 달러를 미국 당국에 납부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이는 미 당국이 탈세혐의를 이유로 외국은행에 사상 처음으로 형사상 철퇴를 내린 것이다.
베겔린은행은 앞서 민사소송 합의금으로 162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약 10년 동안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인 탈세를 방조한 혐의를 인정했다.
베겔린은행은 앞서 스위스내 핵심사업과 다른 비즈니스를 2011년 1월 매각하고 벌금과 배상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2002~2012년 상에 미국인 100명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지난해 2월 외국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베겔린은행 임원 3명을 기소했다.
스위스의 소도시 갈렌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겔린은행은 미국에 지점을 두지 않고 대리은행을 지정해 고객을 받았으며, 암호명을 이용해 비밀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미국인들의 소득과 재산을 숨겼다고 NYT 등은 보도했다.
영국 BBC는 지난 1월 베겔린은행이 벌금에 합의한 직후 이 은행이 벌금 납부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고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법조치가 100년이 넘게 이어져온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급속히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사법당국과 국세청(IRS)은 2009년 200억 달러의 미국인 탈세를 도왔다며 스위스 최대은행 UBS에 7억8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지난해 형사소송 직전 7억8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UBS는 당초 합의한 250개 계좌정보와 더불어 미국 고객자산을 갖고 있는 4500여개의 비밀계좌정보를 미국 당국에 넘겨줬다.
미국 정부는 현재 클리어스바에어 등 스위스 은행 10곳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정부도 스위스 비밀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소득세를 탈루해 온 사안과 관련해 스위스 은행에 체납 세금 3억4000만 파운드(약 5000억 원)를 납부하라고 요구해 이를 받아내는 등 스위스 은행에 압박을 가하는 정부가 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6년간 스위스 은행으로부터 50억 파운드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어 스위스가 세금 천국에서 세금 지옥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