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곳곳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지만 벌써 2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낮 기온이 10도C 이상으로 올라간다지만 주말은 다시 춥단다. 입춘(立春)이 지난지 한참이고, 곧 경칩(驚蟄)이지만 여전히 겨울 기운이 완강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우리 증시도 요즘 날씨와 비슷하다. 극심한 거래 가뭄 속에서도 2000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활기보다는 눈치보기를 하는 모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봄소식을 알리는가 싶지만 미국 시퀘스터, 이탈리아 총선 등 각종 대외변수들이 아직 겨울이라며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겨울옷을 정리해 두고 섣불리 봄옷으로 갈아입으면 감기 들기 십상인 계절이다. 물론 그래도 봄은 온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당분간 박스권 전망을 유지한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직전 고점인 KOSPI 2050선을 당장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는 바닥을 통과하고 있으나 정책기조는 3월 양회(兩會)를 앞두고 일부 긴축으로 선회하는 조짐이다. 미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안도 5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 불안감들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대내적 변화에 대해 귀를 기울일 때다. 3월은 신정부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위는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재원은 증세보다는 국채 발행을 선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헬스케어(성장 트렌드 진입), 통신서비스(비용절감에 의한 실적 호전 기대), IT 및 자동차(밸류에이션 매력)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 단기적으로 3월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팩터는 펀더멘털(12년 4분기 실적과 이익추정치 변화), 밸류에이션과 실적 안정성, 투자심리와 기술적 지표 등이다. 2013년 상반기의 경영 환경이 지난해 4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컨센서스 대비 4분기 실적은 업종별 이익추정치의 신뢰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익추정치 변화는 경험적으로 업종과 기업 선정에 항상 의미 있는 지표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3월에는 헬스케어, 통신서비스, 유틸리티, 자동차부품, 은행(KB금융)을 좋게 보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이탈리아 총선에서 의회를 장악하는데 실패한 민주당이 소수 정부 구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문제는 안개속에 가려져 있는 형국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인 시퀘스터(Sequester) 관련 정치권의 협상이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이탈리아와 미국의 정치이슈에 대한 부담은 주식시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과 국내 모두 펀더멘털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외 불안요인과 펀더멘털의 개선세를 동시에 감안할 때 업종 및 종목별 대응에 있어 단순 가격메리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뚜렷한 종목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유리하다. 최근 대외변수로 인한 조정분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한 업종(전기전자, 은행, 음식료, 섬유의복 등) 내 주요 종목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업황 및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거나, 새정부의 정책과 맞물린 종목군, 중국 소비관련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1)D램 가격 상승 등으로 업황 및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주와 2)새정부 정책(중소기업 육성, 부동산 경기 활성화, 사회복지 등)과 맞물린 건설(건축소재), 친환경, 미디어 업종의 강세가 대표적인 예다.
◆장희종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연초 두 달 동안 한국증시와 해외증시의 성과가 엇갈리긴 했지만 매크로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를 앞두고 긍정적인 시장 접근은 계속해서 유효하다. 경기회복을 증시가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경기민감주의 상대적인 회복 강도는 미미한 편이고, 기관의 경우 작년 연초 대비 경기민감 섹터 보다 아직 방어 섹터에 더 많은 금액을 순매수 해 놓은 상황이다.
경기민감 업종 중에서 양호한 업황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소매 업종의 기관 추가 순매수 유입이 기대된다.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강했던 업종 중에서 금융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어주 중에서는 펀더멘털 개선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상에 위치한 통신서비스와 유틸리티 업종의 견조한 성과를 기대한다. 3월 모델 포트폴리오는 유망 경기민감 업종과 실적 양호한 방어주들을 함께 고려해 증권, 통신서비스, 소매, 유틸리티, 은행, 반도체 비중확대로 제시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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