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CEO 일년 성적표 살펴보니
- 내수 점유율 10%대 달성 실패에 노조와의 반목도 걸림돌
- 한국GMㆍ르노삼성 성과 못내…"역할 실패아니냐" 지적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한국 시장에 구원투수로 뛰어든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과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부임 1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데다, 내부 갈등 불씨조차 진화하지 못하며 중간 계투요원 역할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양사 모두 지난해 내수 점유율 10%대 회복을 선언했으나 달성하지 못했고, 외국계 매각 이후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각종 루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차 개발 지연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현 사장 체제에서 나란히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내수점유율 10% 달성을 자신했으나, 9%대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한국GM은 호샤 사장이 취임한 작년 3월부터 6개월간 연이어 내수 시장에서 10%대 점유율을 달성했지만, 이후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지며 연간 두 자릿수 달성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반목이 커지며 유례없는 대규모 하투를 치렀던 탓이 크다. 노조는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10회 이상의 부분파업을 벌였는데, 7월 한달 간 파업은 부평공장 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 달성도 미지수다. 호샤 사장은 "올해는 반드시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고 재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내수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올해 한국GM이 주력으로 자신한 첫 신차 트랙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기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생산물량 이전을 둘러싼 노조와의 반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도화선이다. 지난해 GM이 신형 크루즈(J400) 생산공장에서 군산공장을 제외키로 하며 한국GM이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에 한국GM이 최근 수출용 반제품(이하 CKD) 생산을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도급업체 등 외부 업체에 맡기는 외주화를 검토하며 추가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한국GM의 CKD는 완성차를 포함한 전체 생산량 208만대 중 62%인 128만대를 차지했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해당 부문의 인력규모는 1000여명으로 전체 생산인력의 무려 10%에 달한다.
GM의 해외부문을 총괄하는 팀리 GM해외사업부문(GMIO) 사장이 한국을 찾아 투자 및 제품생산 계획을 밝히고 노조와 만남을 갖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노조 관계자는 "부평공장의 물량을 군산공장으로 대신 배치하기로 하고 차세대 제품생산 계획도 밝혔지만,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데다 물량 돌려막기 측면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호샤 사장의 숙제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6년 3%대에서 2010년 2%대로 떨어졌고, 2011년 기준 1%도 채 되지 않는 0.75%에 그쳤다. 2012년은 이보다 조금 높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여전히 타 업체 대비 낮은 수준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011년에는 쉐보레 브랜드 론칭에 따른 판관비 확대 등 비용부담이 커졌다"며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한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우선주 상환 등으로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호샤 사장보다 반년 가량 앞서 르노삼성의 수장이 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 역시 한 해를 채운 2012년 성적표가 그리 좋지 않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5만9926대, 수출 9만4383대 등 총 15만4309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7.5% 줄어든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내수는 반토막나며 월별 기준으로 업계 꼴찌를 몇 차례 기록하는 등 설립 이래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프로보 사장 부임전인 2010년 10%였던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 5%에도 못 미쳤다.
프로보 사장은 2011년 하반기 부임 이후 제품라인업 강화를 우선순위로 꼽고 작년 뉴SM3, 뉴SM5플래티넘, 2013년형 SM7, QM5 살로몬 에디션 등 전 라인업에 걸쳐 대 수술을 단행했다. 하지만 뉴SM5플래티넘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다. 판매 부진으로 르노삼성은 지난 일년간 고위임원만 10여명이 사표를 냈고, 현대차 출신 영업본부장 마저 옷을 벗었다. 올 들어 1월에는 수출차질까지 겹치며 내수를 포함한 총 판매량이 업계 최하위인 5000대 수준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 들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프로보 사장으로서는 올해가 벼랑 끝 승부수가 될 수 있다. 가산동으로 사옥을 옮기며 연초부터 투자계획을 대대적으로 밝힌 것 또한 르노삼성을 향한 우려의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프로보 사장은 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10%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영업이익은 2006년 2200억원을 정점으로 하락해 2010년에는 33억원을 나타냈고, 2011년과 지난해에는 적자(각각 2400억원, 850억원대)를 기록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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