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서예가 신명섭씨 초빙,심신치유 희망 붓글씨에 담았어요”
화순전남대병원의 2층 로비가 북적거렸다.
빙 둘러선 고객과 환자들의 시선이 붓을 든 한 남자에게 집중됐다.
흰빛 한지 위로 그의 손길이 거침없이 흘러내렸다. ‘세상은 밝게 살며 마음은 넓게 갖고 희망은 크게 품자’ 붓으로 적은 글을 건네받은 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국훈)이 새 봄을 맞아 서예가를 초청해 ‘소망의 글과 가훈 무료 써주기’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열고 있는 이 행사는 입소문이 나면서 연일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초빙된 서예가는 현곡 신명섭씨(57). 이미 전국의 대기업과 관공서, 병원 등을 순회하며 꾸준한 재능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해 무려 25만 여명에게 글과 가훈을 써주었다. 그는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필법은 물론, 도장을 파듯 반대로 쓰는 서예작품을 선보여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붓을 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붓글씨를 배웠다. 화랑과 관련된 생업을 하던 그가 `소망의 글 써주기‘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교통사고에서 비롯됐다.
1996년 경부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로 차량이 뒤집혀 양다리를 크게 다쳤다. 7차례의 전신마취수술, 10개월간의 입원, 1년6개월간의 뼈 고정 장치 부착이라는 고통을 겪었다.
퇴원후 집에 머물 때 붓글씨를 쓰며 심신을 달랬다. 우연한 기회에 선보인 서예작품이 큰 호응을 받자, 그는 가훈과 좌우명을 무료로 써주는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붓글씨를 받아든 이들의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면 한껏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그는 자신의 아픔을 잊은 채 오늘도 열정과 정성을 붓끝에 담아내고 있다. “환자들의 정서적 치유와 고객들의 행복에 도움 되길 바란다”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치료중인 환자 김 모씨(62.여)는 그의 서예작품을 건네받으며 “자녀들에게 전해줄 멋진 선물을 받아 좋은 글을 음미하며 내 마음도 위로받고 있다” 고 기뻐했다. 액자 속엔 ‘산처럼 당당하게, 물처럼 부드럽게, 꽃처럼 아름답게’라고 적혀있었다.
국훈 병원장은 “행사기간을 며칠 연장해야 할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놀랐다"며 " 가훈과 소망을 담은 글은 그 의미도 각별하고 새 봄을 맞아 희망과 활력을 북돋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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