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기세등등···삼성, LG 긴장 못풀어
[바르셀로나(스페인)=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중국 경계령'이 짙게 드리워졌다. 중국산 스마트폰의 약진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 전시장의 메인홀인 3홀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주변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시관이 3홀 가운데 위치했고 건너편에 화웨이, 대각선 방향에 ZTE가 자리를 잡았다. LG전자, 모토로라, 노키아 등은 중앙에서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와 중국 제조사들이 전시장 중앙을 장식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중국 업체들이 포위한 구도다.
전시관 위치 뿐 아니라 중국산 스마트폰의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현재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두 배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어센드 P2'를 선보였다. 직접 제작한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액세서리, 홈 비디오 등 각종 솔루션과 서비스도 공개했다. ZTE도 갤럭시노트를 쏙 빼닮은 '그랜드 메모', 새로운 운영체제(OS)인 파이어폭스를 탑재한 '오픈' 등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전시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중국 제조사 부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등 지난해보다 더욱 북적북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에 국내 업체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중국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며 "LG전자가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박종석 부사장은 전시회가 개막하자마자 LG전자 전시관을 돌아본 후 화웨이와 ZTE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화웨이에서는 액세서리, 태블릿 등을 잠깐 살펴봤고 ZTE에서는 10여분 가까이 머무르며 제품들을 꼼꼼히 살폈다. 특히 옵티머스 G 프로와 비슷한 크기와 디자인의 ZTE 스마트폰 그랜드 메모를 한동안 지켜봤다. 그랜드 메모의 화질을 살펴보고 수행 직원에게 제품명에 메모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유를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중국 제조사 전시장에 수시로 들러 달라진 기술력을 점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처럼 중국 제조사를 경계하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올해초에는 국내 제조사보다 먼저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인 풀HD, 6인치대 스마트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지난해에는 국내 제품을 따라하는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굉장히 위협적이고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여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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