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갑 신임 중견련 회장 독단에 회원사 분열 우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견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가 오히려 영세 회원사들을 강제로 '퇴출'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이번 퇴출 결정을 강호갑 신임 중견련 회장(사진)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화두인 동반성장과는 거꾸로 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련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5년 회비 미납 회원사와 영세기업을 퇴회시키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350여개였던 회원사는 100여개 적은 250여개사로 줄었다. 그동안 회비를 내는 기업들에 얹혀가는 '무임승차'가 많았으며 앞으로 질적 성장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강 회장의 밀어붙이기식 퇴출 결정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회원사 CEO는 "회비를 미납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 오히려 감면 등 보호책을 써야 한다"며 "회비를 내지 못한다고 퇴출시키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손사래를 쳤다.
퇴출 결정 과정도 독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 중인 CEO들 중 일부는 안건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로 참여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회의를 CEO가 아닌 회사 관계자가 대참하기 때문에 그런 안건이 있는 줄 (대표이사도) 처음 알았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회원사 퇴출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기까지 강 회장이 이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원사들이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중견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책임을 회원사들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회원사 CEO는 "중견련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아 회원사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며 "스스로 자성해야 할 연합회가 엉뚱한 곳에 화풀이는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강 회장의 독단이 회원사간 편가르기로 이어지면서 중견 기업간 갈등을 낳는 것도 문제다. 회원사 관계자는 "중기와 중견에 힘을 실어주는 박근혜 정권 출범에 발맞춰 중견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 오히려 잘 나가는 중견기업과 그렇지 않은 중견기업으로 협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살림살이가 넉넉한 몇몇 중견기업끼리 교류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한편, 중견련 회비는 가입비 50만원에 매출액 1000억원 이상 기업은 연 200만원, 1000억원 이하 기업은 연 150만원 수준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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