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인 건설시장의 분리발주를 확대하겠다는 정부방침에 건설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분리발주는 건설공사에 대해 규모를 잘게 쪼개거나 공사 종류별로 시공사를 달리할 수 있도록 분할하는 것을 지칭한다.
아파트 건설공사를 예로 들면 동별로 시공사를 따로 주거나, 건축공사와 통신공사, 전기공사 등을 각각의 건설업체에 맡겨 하는 식이다. 건설업계는 하자보수 문제 해소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분리발주 확대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하도급을 받아 공사하는 전문건설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 입장이 또 다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대형건설사의 부당한 공사단가 인하, 대금지급 지연 등 불공정거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공사 시공사업 별로 발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올 상반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8조는 공공공사의 분리발주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다른 법률에 의해 분리발주할 수 있도록 한 공사, 공사 성질과 규모상 분할시공이 필요한 공사 등을 제외한 경우에는 전체 사업이 확정되면 분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공공사를 분리발주하게 되면 구간별로 따로 입찰을 하게 되면서 제반비용 부담이 더 생기게 된다"며 "또 시공사가 현장 전체를 관장하기가 어렵게 되면서 추후 하자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얼마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의 누수문제 역시 분리발주 문제가 사태해결을 복잡하게 한 것으로 지적된다. 건축공사가 진행된 이후 통신과 전기, 설비공사 등이 진행되며 누구의 잘못으로 스프링클러 배관이 터지게 됐는지 파악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예산이 낭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사를 잘게 쪼개 입찰을 하게 되면 낙찰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0억원짜리 도로건설 공사를 현행대로 종합건설업체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한 이후 하도급으로 분배하게 되면 70% 중반대 낙찰률에 따라 공사대금이 투입되는데 100억원짜리 10개 공구로 분할해 각각 입찰을 실시하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할 수 없어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00억원 미만 공사의 경우 낙찰률이 통상 80%를 넘는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새 정부가 현장을 직접 찾아야만 탁상행정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느낄 수 있는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 전체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따로따로 시공사를 정할 경우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하자주체를 찾아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분리발주 문제는 건축물 등 시설물을 발주, 관리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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