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펩시콜라 제조업체 펩시코가 지난해 4·4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으로 선전했다. 펩시코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순이익 17억달러(약 1조8419억원)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은 89센트에서 1.06달러로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순익 8% 증가와 주당순이익 1.05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650억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펩시코 주가는 11.8% 뛰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 음료시장의 부진에도 펩시코가 예상 밖의 실적을 낸 데는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56·사진)의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누이는 올해 들어 미국 내 음료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강화, 건강식품 확대, 제품 가격 인상에 적극 나섰다. 특히 콜라 등 탄산음료 제조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 음료업체로 거듭나겠다고 선포했다. 이는 코카콜라 같은 다른 브랜드들과 경쟁에서 이기는 데 주력하기보다 펩시코만의 차별화한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범한 인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누이는 마드라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인도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취직했다. 이후 돌연 미 유학을 결심하고 1978년 예일 대학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 졸업 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을 거쳐 모토로라와 글로벌 기계 제조업체 아시아브라운보버리(ABB)의 전략 기획팀에서 일했다.
누이가 펩시코로 스카우트된 것은 1995년의 일이다. 그는 비대한 몸집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펩시코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1997년 타코벨·피자헛·KFC 등 패스트푸드 부문을 분리하고 외식업체 트라이콘을 매각했다.
1998년 누이는 음료업체 트로피카나를 인수한 뒤 스포츠 음료 생산업체 퀘이커오츠까지 사들였다. 시장 다각화를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그로부터 5년 뒤 펩시코는 음료시장에서 경쟁사 코카콜라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만년 2등'이라는 설움을 떨쳐버린 것이다.
이런 공로로 누이는 2006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꿰찼다. 이어 이듬해 회장직에 올랐다. 이로써 그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미 500대 기업'에서 CEO와 회장을 겸하는 다섯번째 여성 경영인으로 기록됐다.
누이는 2006년부터 미 시사주간 타임과 경제 격주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 해마다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어머니 20인' 리스트에서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일과 가정 모두 훌륭하게 챙기는 '슈퍼맘'이라는 뜻이다.
두 딸을 둔 누이는 임원회의 중 자녀에게 전화가 오면 "주저 없이 당장 받는다." 이는 일과 육아 사이에 딜레마가 생길 것을 알고 미리 세워놓은 철칙이다.
누이는 직원들에게도 일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다. 틈만 나면 "펩시의 직원이기 전에 아이의 엄마나 아빠임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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