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대북 BDA식 금융제재 법안 발의 검토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놓는 시기를 전후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번 더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해 사전에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도 여전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 처리를 주도했던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이 달러화 등 외화획득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곧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를 동결해 돈줄을 묶었던 것처럼 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상원에서 발의된 '북한 핵확산금지법안'도 곧 처리될 예정이다.
미 의회의 핵실험 규탄 결의안은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경제원조나 무역축소 등을 통해 북한 지도부가 도발행위를 그만두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으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걸 염두에 둔 내용이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 후 겉으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실험 직후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가 길어진 것도 한미일이 주도한 성명문구에 중국측이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역사적으로 무력과 제재 위협은 상대국을 굴복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반작용만 불렀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에도 핵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국제사회가 중국을 의심하고 있는 데 대해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대중들 사이에선 반북(反北)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광둥성 광저우시를 비롯해 북한과 인접한 랴오닝성, 안후이성 일대에서 북한 핵실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중국 당국의 관영매체를 통한 여론몰이도 잘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데 대해 중국과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자국 내 여론동향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대북 추가제재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결정되는 대북제재 결의안은 18일(현지시간)부터 구체적인 문안작업에 착수, 늦어도 다음주 안에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가 결의안을 내는 시기도 중요한 만큼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 이달 중에 논의를 마무리해 결의안을 낼 수 있도록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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