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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신세계'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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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 영화 '신세계' 속 잠입요원 연기한 배우 이정재

이정재의 '신세계'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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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이정재에게 따라붙는 '청춘스타'의 꼬리표는 얼핏 천형같았다. '신세계'(박훈정 감독) 시사회가 끝나자 이정재를 향해 "'태양은 없다' 이후 최고인 것 같다"거나 "'모래시계'의 재희가 떠올랐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분명히 찬사였다. 그러나 달갑기만 한 이야기일까. 올해로 마흔, 연기를 시작한지 20년. 젊고 아름다운 순간에 아이콘으로서 박제되어 버리는 건 배우로서 변신하고 움직일 공간을 빼앗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작 이정재는 태연하다. "어차피 백재희라는 인물은 날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으니까." 그는 '신세계'에서 갈등하는 잠입요원을 연기한다. 황정민과 최민식이라는 두 배우가 양쪽에 배치되었다. 이정재는 그 둘 누구도 닿지 못한 결론에 홀로 도착해야 한다. 출연 결정은 도전이자 도박이다. 다들 '연기 변신'을 캐묻는다. 그러나 이정재는 "원래 배우들이 욕심이 많지 않느냐"는 말로 의미부여를 피해갔다.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거 아니겠나. 자기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싶으면서도 다양한 걸 보여주길 원하는 것." '청춘스타'와 마흔의 중견배우를 동시에 수용하고 공존시킬 줄 안다는 건 진짜 관록이었다.


▲최민식이 직접 출연을 제안했다는데.
전화를 걸더니 영화 하나 같이 하자고 그러더라. 시나리오 보낼 테니까 답을 달라고. '무간도'랑 흡사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은 있었는데, 감독과 영화사를 만나 이야기하며 다르다는 데 공감했다. 결정적으로는 최민식, 황정민이라는 두 배우와 같이 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최민식 선배는 워낙에 예전서부터 같이 해 보고 싶었고, 황정민 선배도 그랬고...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자성이라는 인물이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연출자가 이 이야기의 앞과 뒤까지 전부 시나리오를 써놨다. 이자성과 강과장(최민식), 정청(황정민) 모두 과거사와 성격이며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다 써놨더라. 이자성은 아무래도 야망이 있던 인물이다. 지방 순경으로 일하는데 본청에서 누가 와서 나랑 같이 일하면 출세할 수 있다고 하니까. 처음에 2~3년만 있으라고 하던 게 8년이 돼 버린 거고. 이자성에게 신세계는 뭐냐고 묻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이자성에겐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신세계다. 남들에게는 새로운 꿈과 미래가 신세계라면 이자성에게는 일상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마지막까지도 원치 않는 길을 가게 되는 남자의 운명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골드문' 2인자인 정청이 이자성에게 유독 애정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자성에게 받은 게 많으니까. 여수에서부터 전라도, 서울까지 두 사람이 치고 달려가는 얘기다. 위험하고 거친 삶에서 둘만의 사건과 끈끈한 정이 있으니까. 연출자가 이 얘기를 다 짜 놨다. '신세계'가 흥행에 성공하면 프리퀄도 만들고 싶어한다.


▲황정민은 "극 중 50% 이상이 애드립이었다"고 하던데.
-80%가 애드립이었다.(웃음) 정청과 이자성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거의 다 애드립이라고 보면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뺨 때리려고 손 드는 장면은 날 때릴 줄 알았는데 뒤에 있는 사람을 때리더라. 완전 예측불허였다. 나도 오래 하다 보니까 상대방이 돌발행동을 하면 꽤 즐기게 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바로 받아치고, 그런 게 연기하는 재미라면 재미지.


▲그간의 출연작을 보면 배우로서 변신을 위해 노력해 온 흔적이 보인다. 작품 선택에 기준이 있었나.
-'오 브라더스' 끝나고 거의 5~6년을 허송세월했었다. 좀 더 강한 남성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액션영화 아니면 안 한다고 했던 거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가 많이 진행될 때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을 잘 모르고 기다리기만 했던 게 바보스러웠지. 배우가 시나리오를 고르는 입장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면 시나리오에 의해 발탁되는 거다. 내가 뭘 해야한다 정해놓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 시나리오가 주어지는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멜로도 해 보고 싶고, 강과장 역할 같은 것도 해 보고 싶고.


▲배우로서의 경력이 벌써 20년이다. 연기에 진짜 재미를 느낀 시점은 언제부터였나.
-난 연기가 재미있는 줄 전혀 모르고 데뷔했다. 감독님과 얘기하는 것도 쑥스러웠다. 감독님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니까 대하기 어렵고. '이거 왜 이런거예요?'하면 감독님은 '대본이나 열심히 봐!'이러고.(웃음) 얘기도 잘 안 하고 혼자 하려고 하다 보니까 잘 못 하게 되고 미흡하고 자꾸 혼나고 실수하고...그러니까 일이 늘 싫었던 거지. 연기의 재미를 모르고 하다가 '태양은 없다'를 하면서 내가 못 느꼈던 즐거움을 알았다. 스탭들과 다른 연기자들과 함께 하는 게 즐거웠고 이런 게 있었구나 싶더라. 그 이후로 이 일이 나와 진짜로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어떤 감독과 함께 해 보고 싶나.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과의 조합도 궁금한데.
-박찬욱 감독 같이 한 번 해 보고 싶고...많다. 홍상수 감독같은 경우는 '하녀' 끝나고 윤여정 선생님이 홍 감독과 식사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이정재와 홍상수가 만나면 어떨지 궁금하다면서 한 번 만나보라고 하시길래. 그 자리에서 좋은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얘기한 뒤 헤어졌는데 다른 작품들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나도 새로운 걸 좋아하고, 내가 홍 감독 영화에 나온다면 홍 감독의 영화도 좀 새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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