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료 누진제 3∼5단계로 축소 추진에 '서민부담 늘어' 지적 쏟아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저소득층만 피해보는 개편안"
에너지정의행동 "누진제 기본 취지에 반해.. 선의의 피해자 먼저 줄여야"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5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해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보고했다(본지 5일자 '[단독]주택 전기료 누진제, 폐지·완화된다' 기사 참고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20510482707977).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1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누진제 개편은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보완방안을 마련해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기요금제는 사용량 100㎾h 이하인 1단계부터 501㎾h 이상인 6단계까지 100㎾h별로 단계가 나누어져 있다. 전기사용량에 따라 1단계와 6단계의 ㎾당 누진율이 11.7배에 이른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최고와 최저구간 요금 격차는 4~8배로 좁아지지만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의 요금부담은 지금보다 줄고 적게 사용하는 가정은 늘어나게 된다.
이같은 지경부의 개편안에 시민사회는 정부의 섣부른 누진제 완화 추진이 에너지 빈곤층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부소장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기요금 납부가 버거운 저소득층이나 아니면 에너지사용량을 줄이자는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저소비 가정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전기요금 체계가 변경되면 한 달 평균 약 1만5000원 정도 내는 가구는 월 약 4000원 정도 요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10만원 가량을 내는 다소비 가구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9000원 가량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1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지경부의 누진제 개편안은 전기 다소비 가구에는 높은 가격을 부과해 전기소비를 억제하고 저소비 가구에는 낮은 가격으로 저소득층에 혜택을 준다는 누진제의 기본 취지에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정부의 누진제 개편 시나리오를 보면 350kWh 이상의 전기 다소비 가구의 전기요금은 모두 낮아지고, 50kWh에서 250kWh 구간의 전기 저소비 가구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안으로 짜여져 있다"며 "소수의 다소비 가구를 위해 누진제를 개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기사용량은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이런 방식의 누진제 개편이 아니라, 에너지 저소비층에 대한 지원 확대와 기존 대가족할인제도 보완 등을 통해 누진제 사각지대와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는 길"이라며 지경부의 개편안을 비판했다.
이 부소장도 "우리나라 전기소비량은 세계 9위를 기록할 정도로 굉장히 소비량이 높다"라며 "현재 가정에서 더 많은 돈을 걷어 대기업에게 연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홍 장관은 전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누진제를 개편한다면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복지 및 할인제도를 대폭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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