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협력기구 참석 대통령 급거귀국...프랑스 폭력사태 우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야당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6일 암살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국이 혼돈속에 빠졌다. 리비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바람이 튀니지로 번질지 주목된다.
옛 프랑스 식민지인 튀니지에서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 정권이 무너진 이후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과도 정부와 세속주의자들간에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튀니지 좌파 야당 민주애국자당을 이끌어 온 벨라이드가 6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있는 집 앞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집을 나서다 전통복장을 한 암살자가 쏜 세발의 총탄에 쓰러졌다.
벨라이드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튀니지 연정과 과격 무슬림의 폭력 시위를 비판해 온 인물이다.
벨라이드가 살해되자 전국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수 천 여명의 시위대는 튀니스에 있는 내무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마흐디아, 시디 부지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 천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은 시위자들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경고 사격을 가했다. 시위 현장 진압과정에서 경찰 1명이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
튀니지 내무장관은 “숨진 경찰의 이름은 로트피 자르이며,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벨라이드의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담 참석차 이집트를 방문 중이던 몬세프 마르주키 튀니지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하마디 제발리 총리는 벨라이드 암살 사건을 ‘테러행위’라고 규정하고 올 연말로 예정된 선거 때까지 기술관료 중심으로 중립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부의 유일한 임무는 선거를 가능한 서둘러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사태 진화에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옛 식민지 튀니지에서 야당 지도자가 피살당한 것을 강력히 비난하고 폭력 사태 확산을 우려했다. 엘리제궁은 “벨라이드가 살해당함으로써 튀니지는 가장 용기 있고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온 한 사람을 잃었다”고 밝혔다.
성명은 “프랑스는 튀니지에서 정치 폭력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며 이 혁명기간에 튀니지 국민이 소중히 여기는 사상들이 존중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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