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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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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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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조금 더 나이 들면 고향에 내려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에 오래 전에 지어둔 작업실도 있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도 조금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되어간다니 그 쪽 일이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혼자 사시는 고모할머니도 걱정이 되구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대신 그곳에 내려가 동네 사정도 좀 알아보고, 할 수만 있다면 고모할머니의 위안도 되어주길 바래서 동철 씨한테 부탁을 한 거예요. 그런 일에 딱 맞을 사람을 한사람 소개시켜달라고....”
“그래서 내가 널 추천했지.”
윤여사의 말끝에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망명정부 수반 똥철이 그제야 거들고 나섰다.
“너라면 딱일 것 같아서....”

그리곤 술잔을 들어 하림의 잔과 부딪히며 말했다.
“뭐, 심각할 건 없어. 나도 들었는데, 그리 복잡한 일은 아니냐. 그냥 윤여사네 작업실에 내려가서 한두 달 푹 쉬다가 오면 돼. 네가 쓰고 싶은 글이나 쓰면서....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고 다니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나, 본 이야기를 윤여사에게 전해주면 돼. 기회가 되면 혼자 사신다는 죽은 개 주인인 윤여사 고모할머님 위로도 좀 해드리고.....그리고 더 기회가 된다면, 이건 네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만, 개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면 더 좋겠고.... 맞죠 내 말이.....?”
그러면서 확인이라도 하듯 윤여사 쪽을 쳐다보았다.
“예. 맞아요!”
윤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긴 이야기 끝의 싱겁다면 싱거운 결론이었다.


긴 이야기를 한번 정리하자면, 윤여사의 고향 마을에서 누렁이 두 마리가 죽었다. 그것도 엽총에 맞아 비참하게 죽었다. 개를 쏜 사람은 아직 본 사람은 없지만 정황상 새로 지은 이층집에 사는 영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거나 그 사건으로 마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 고향 마을엔 윤여사의 작업실이 있고, 장차 윤여사도 그곳으로 내려가 살 예정이다. 그리고 죽은 개의 주인인 혼자 사시는 윤여사의 고모할머니가 있다. 불행한 과거를 가진 그 노인네는 매우 상심하거나 심지어는 실성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윤여사 대신 윤여사의 고향 마을로 내려가 윤여사의 작업실에 머물면서 마을 돌아가는 분위기를 전해주는 한편 윤여사의 고모할머니에게 위안을 주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덤으로 기회가 된다면, 과연 그렇게 개에게 총질을 해댄 몹쓸 인간이 누구인지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듣기에 따라 신경 쓸 거리 없는 싱거운 결론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이야기의 뒤에 무언가 감춰진 것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예감도 어렴풋하게 들었다.


“어때요? 하림 시인님이 오케이 한다면 당장이라도 내 작업실 열쇠를 드릴게요. 그리고 내려가서 지내주는 보답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드릴거구요. 아니, 보답이라기 보담 어디까지나 나의 성의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하림이 망설인다고 생각했는지 윤여사가 조건까지 달아서 말했다.
자기가 돈 많은 여자란 걸 은근히 암시하는 말 같기도 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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