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내 대표적인 교통 혼잡지로 꼽혀온 금호역 금남시장 일대 재개발이 무산됐다.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사업 취소를 신청,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는다.
토지등 소유자들이 워낙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실태조사를 거치지 않는다. 해당 자치구인 성동구는 전면 재개발이 취소된 만큼 대안사업을 마련해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4가 1221일대 금호제23주택재개발정비구역조합은 지난 31일 서울시로부터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에 대한 취소 고시를 받아냈다. 지난해 11월 추진위 해산 동의서를 성동구청에 접수한지 두 달여만이다. 주민공람 기간과 구의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금호23구역 추진위원회는 3월부터 해산된다. 현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지도 5월이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당초 개발계획상으로는 금호23구역(4만6148㎡규모)에 아파트 9개동 총 891가구와 판매시설 1개동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300%이하의 용적률로 최고 높이는 120m로 계획됐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85㎡초과 면적은 전체 공급 규모의 20%이하로 맞췄다. 이에비해 85㎡이하 중소형으로 80% 이상을 배정했고 임대주택은 152가구를 계획했다. 사업지내 영세민이 집중된 만큼 중대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고 임대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사업초기엔 개발 의지가 높았다. 시내로 진입하는 금호역길 병목현상으로 교통 혼잡이 빈번, 도로확장을 요구하는 민원이 수 년째 이어진 영향이었다. 인근 신금호역 일대가 재개발을 통해 대형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점도 자극했다. 금남시장을 제외한 일대 낙후지역이 고급 주거지로 개발되는 동안 상대적 박탈감까지 겪었다는게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호역 일대 금남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 추진동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개발로 인해 시장이 사라질 경우 일자리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시장에서 터를 잡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세입자로 주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결국 개발비를 따로 내야하고 기껏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얻는게 전부”라며 “세입자나 주인들 모두 아파트보다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높았다”고 말했다.
추진위 해산에 앞서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개발 해제를 위해 추진주체가 있는 사업장은 토지등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금호23구역은 동의서 징구를 시작한 지 며칠만에 51%의 지지를 받아냈다. 토지등 소유자 430여명 중 개발에 찬성했던 사람도 불과 240여명으로 5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던 영향이다.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개발이 백지화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에 맞춰 사업이 진행된 이후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과반을 넘어서며 추진위의 업무비용이 많지 않았다.
사업이 부진해지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을 털고 나간 상태다. 2007년 추진위 설립 당시 3.3㎡당 최대 3000만원이 넘던 지분값은 현재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개발 초기때와 달리 수년째 사업이 지연되면서 최근 몇 개월간은 지분거래가 없었다는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편 해당 자치구인 성동구는 한 달간 주민공람을 진행하고 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5월 중 서울시 심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전면 개발이 취소된 대신 금남시장 일대 도로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금호역길 도로는 성동구 소유로 구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 내부 검토를 통해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낙후된 주거지도 주민의견을 반영해 부분별 개보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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