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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콘 보고 '개그'한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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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콘 보고 '개그'한 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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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KBS 개그콘서트에 '유의' 행정지도 조치를 내린 방송심의위원회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방심위의 행정조치 자체가 '개그'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개그맨 정태호 씨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잘 들어", "지키길 바란다", "절대 하지 마라" 등의 반말을 사용한 게 방심위는 몹시 불편했던 모양이다.

방심위는 방송법 제100조 1항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비춰봤을 때 부적절하다며 "향후 제작 시 유의하라"는 내용의 행정 지도 조치를 내렸다.


박만 방심위원장은 "'정치 풍자'라 함은 '정치권의 부조리나 과오 등을 (다른 것에) 빗대어 폭로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정의한 풍자와 개콘이 말하는 풍자는 전혀 다르지 않다. "박근혜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는 전제가 앞에 깔렸던 것이다.


눈을 돌려 미국을 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20여일을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들여 '데일리 쇼 위드 존 스튜어트'에 출연했다. 온갖 조롱이 쏟아졌지만 발끈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절한 구애 작전에 매달렸다.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대결을 벌일 때도 그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출연을 꺼리는 쇼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개그 대상을 자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웃자고 한 말에 작정하고 덤빈 방심위의 무리수는 결국 박 당선인의 '심기 경호'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오히려 박 당선인에 부담을 지운 셈이다.


포털 게시판에는 "개그는 물론 뉴스도 대통령 소식은 존댓말로 하지"라고 비꼬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정태호 씨가 박만 위원장의 표현대로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훈계'를 했을 때' 객석에 앉아있던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한 속뜻이 무엇이었는지 방심위는 헤아려야 했다.


이번주 개콘에서 용감한 녀석들은 이렇게 독설을 날릴지도 모른다. "방심위, 잘 들어. 개그는 다큐가 아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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