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엔화 약세의 약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극적인 하락세를 기록 중인 엔화 덕분에 일본 기업들이 올해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메라 제조사 캐논은 이날 올해 순익이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순익이 9.7% 감소한 바 있다.
엔화 약세가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캐논의 주가도 끌어 올렸다. 엔화 약세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중반이 캐논의 주가는 40%나 뛰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제조사 닌텐도도 같은날 수익 전망치를 두 배 올렸다.
캐논의 토시조 다나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화 약세는 우리 같은 수출 제조업자에게 순풍을 불어주고 있다”며 이번 전망치도 미국과 유럽의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심리는 다음 주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와 증권은 오는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일본 200대 기업 수익 증가율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3%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엔고현상이 지속됐던 두 달전 환율을 기준으로 가정했던 일년 전 16% 감소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엔화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약세를 보여왔다. 새로운 일본 내각이 일본의 디플래이션과 싸우기 위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엔고현상으로 수년간 고전하던 일본의 전자와 자동차 분야가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환할 때 실적을 늘릴 수 있는데다, 일본 상품이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에 대한 관측과 아베 신조 신임 총리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은 시장 심리로 부채질했다. 도쿄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28%나 올랐으며, 이날 주가는 33개월간 최고점인 1만1113.95에 근접했다.
전자주와 자동차주는 주가지수를 뛰어 넘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이 기같 50%가 넘게 급등했고, 도요타 자동차와 니산 자동차, 혼다 자동차도 같은 기간 35% 이상 뛰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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