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지낸 이가 어찌 행정에…
"지도층 여러분, 이 분 판단 어떻습니까?"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06년 대법관 임명 당시 신고한 총 재산 약 1억3800만원(시가 기준 약 4억5000만원).
사법부 전체에서 가장 '가난한' 법관으로 분류됐었고 지금도 서울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 '청빈법관'으로 꼽히는 김능환(사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는 대법관 퇴임 이후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최고위 법관' 출신으로서의 도덕성을 지키려고 노력해 법조계 전반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고시 동기인 김 전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한테서 '가장 뛰어난 법관'이라는 극찬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그랬던 그가 지난 30일 작심한 듯 총리직에 대한 고사(固辭)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선관위 공보실을 통해 "(박 당선인 측이 나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 또 다른 조직에서 직책을 맡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 중의 하나로 모든 공직선거를 관리하는 자리이자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늘 감시해야 하는 자리"라며 "어떻게 그런 자리에 있던 사람이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고사의 뜻을 밝힌 건 무엇보다 더 이상 공직 욕심이 없는 본인의 심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간섭할 수 없는 초월적 지위인 사법ㆍ헌법 기관의 수장이나 최고위 법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행정부 고위직, 그것도 대통령의 최고 보좌역으로 가는 게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김용준 낙마사태'를 전후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법ㆍ사법ㆍ행정 3권 분립의 헌법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고위 법관처럼 법조계의 덕망있는 사람이 지니는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이 무조건 '훌륭한 사람이니까 내 밑에 앉혀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대상자나 대통령 모두 곤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이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박 당선인은 총리, 특히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안정감 있는 법조계 '어른'을 꾸준히 염두에 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ㆍ조무제 전 대법관, 목영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거명돼온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김용준 위원장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박 당선인이 이들 가운데 한 명에게 총리직을 제안하고 그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김 전 위원장이 말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된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 모두 김 전 위원장이 지적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 진천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고 전국 주요 법원 판사ㆍ부장판사ㆍ법원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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