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흔들리고 있다. 스타들의 가상 결혼을 전제로 한 이 프로그램은 6년이란 시간동안 숱한 커플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오연서의 열애설로 촉발된 '우결' 논란은 파트너였던 이준은 물론, 나머지 커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당초 '우결'은 논란 그 자체였다. 프로그램 속 스타 커플들이 나누는 대화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제작진의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스타들 역시 가상 결혼 프로그램임을 강조했지만, 가상과 현실의 명확한 경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우결'을 보며 저마다의 상상력을 풀어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들의 결혼 생활을 지켜봤다. 몰래 훔쳐보는 듯 한 재미가 쏠쏠했다.
실제 커플도 탄생했다. 2009년 1월 '우결'의 가상 부부로 투입돼 정식 교제를 시작한 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전진-이시영 커플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그램 속 감정이 그대로 현실로 옮겨온 셈이다. 이 외에도 '우결'에 출연한 스타들은 속마음 인터뷰를 통해 종종 "프로그램이 끝나도 그 사람 생각이 난다"며 스스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덕분에 '우결'은 MBC의 토요일 오후를 책임질 수 있었다. 만족할 만한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논란과 화제를 모으며 눈길을 끌었다. 지루해질 때쯤이면 새 커플을 투입해 분위기를 쇄신하면 그만이었다. 온전히 커플들에 의지해 방송이 제작되는 특성 때문에 새 커플 투입은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분야를 넘나드는 커플 선정은 '우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가수와 배우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아이돌그룹 엠블랙의 이준과 배우 오연서의 조합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기대 또한 컸다. 오연서는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고, 이준 역시 예능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둘의 만남은 그래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인기도 많았다. '집착'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낸 이준과 오연서는 다른 커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오연서가 녹화를 마친 후에도 자꾸 연락을 해 만나자고 한다"는 이준의 깜짝 발언은 팬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오연서는 그렇게 진심인지 설정인지 헷갈리게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일명 '집착커플'로 '우결'의 인기 커플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엉뚱한데서 터지고 말았다. 새해 초 갑작스레 불거진 열애설이 문제였다. 상대는 바로 '우결'에 출연했던 이장우였다. 오연서와는 일일극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양쪽 소속사 측은 "열애는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우결'이 입은 생채기는 컸다. 누리꾼들은 오연서의 하차를 주장하는 한편, 난데없는 열애설로 피해를 본 이준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오연서는 '우결'을 통해 눈물을 보이며 사과했다. 이준 역시 조용히 이를 받아들이며 다시 가상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준이 팬 카페에 이번 '우결' 논란을 의식한 듯한 글을 올리며 다시 한 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준의 소속사 측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심경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사람은 이미 제작진과 하차 여부를 놓고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두 사람의 하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전 시즌들과 달리 이번 '우결4'에서는 커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특집들이 유독 많았다. '우결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도 그렇다. 그렇기에 유독 커플들 간의 유대가 끈끈한 시즌4에서 한 커플의 논란은 다른 커플들에게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준-오연서 커플의 하차를 두고 나머지 커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주사위는 제작진의 손에 넘어갔다. 우선 이준-오연서 커플 하차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만약 이들을 하차시킨다 해도 새 커플을 투입해야할 지, 투입한다면 어떤 커플을 투입해야 하는지도 숙제다. 여기에 다른 커플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이번 논란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난체들을 해결하고 다시 프로그램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제작진의 결정적 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준 기자 star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