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주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이 12.03% 급락하는 속에서도 S&P500 지수는 1.14% 올랐다. 상대적으로 애플의 비중이 더 큰 나스닥 지수도 0.48% 상승했다.
대장주가 쓰러지는 속에서도 시장 전반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지수는 거침없는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S&P500 지수는 1500선을 넘어섰고 다우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불과 2% 가량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우 지수는 지난주 1.80% 상승했다.
월가는 곰(약세론자)이 동면에 들어갔다며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적 변수들은 현재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번주 올해 첫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그나마 현재 증시 흐름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다. FOMC에서 최근 주가 상승과 경제지표 호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오히려 주가에 독이 될 수 있다. 갑작스런 낙관론에 투자자들이 출구전략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첫번째 FOMC=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9일~30일 이틀 일정으로 올해 첫 번째 통화정책회의인 FOMC를 가진다. 이번 FOMC는 해마다 바뀌는 순번제에 따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준 총재,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등 4명의 지역 연준 총재들이 참여하는 첫 번째 회의다.
우선 새로 참석하는 4명의 지역 연준 총재들이 어떤 성향을 보여주느냐가 관심사인 셈이다. 특히 이미 과거 FOMC 투표권을 행사해봤던 다른 총재들과 달리 2011년 10월 총재에 취임해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조지 총재의 행보가 관심사다. 그동안의 행보를 감안했을 때 불라드는 매파, 나머지 두 명의 총재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통화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은 성명서에서 드러날 FRB의 경기 판단이다. 최근 경제지표 호전 등을 감안하면 FRB의 경기 판단에 한층 자신감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재정절벽과 유럽 부채위기 변수가 남았음을 감안하면 FRB가 여전히 신중한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 낙관론이 지나칠 경우 출구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월가에서는 올해 말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FRB가 이달부터 시작한 국채 매입을 올해 상반기까지만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FRB의 보유 자산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조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달 FOMC에서 발표한 실업률 6.5%까지 부양 조치가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에 따라 향후 몇 년간 사실상의 제로금리에 기반한 부양 기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FOMC에서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기자회견이나 경제전망치 발표가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이번 FOMC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DP 크게 하락할듯..소비·고용 기대= FOMC보다 더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변수는 오는 30일 상무부가 발표할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내달 1일 발표될 노동부의 1월 비농업 부문 고용보고서다.
4분기 GDP 증가율은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3.1%에 비해 급락하는 것이다. 다만 4분기 GDP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만큼 4분기 바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가 변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 GDP 증가율을 평균 2%로 예상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미 경제성장률을 각각 1.9%, 2.3%로 제시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3%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GDP 증가율 하락이 이미 예측된 변수인만큼 4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의 반등 여부가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4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전기대비 0.5%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FRB가 지난 FOMC에서 6.5%라는 실업률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통화정책을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판단 근거는 고용보고서가 될 수 있다.
다만 월가 예상에 따르면 고용보고서도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사정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월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7.8%를 기록할 예상된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도 16만개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증가 개수는 15만5000개였다.
1일에는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월 제조업 지수도 발표한다.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50.5가 예상돼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이날 1월 판매 실적을 공개한다. 자동차 판매는 연율 기준 1520만대를 기록해 전월 대비 10만대 하락이 예상된다.
그 밖에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 지난해 12월 미결주택판매(이상 28일) 지난해 11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1월 소비자신뢰지수(이상 29일) 지난해 12월 개인소비과 개인소득, 1월 시카고 구매관리지수(PMI) 등도 공개된다.
◆S&P500 1500 돌파=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좀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주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의 500달러선이 완전히 무너지는 속에서도 S&P500 지수가 1500이라는 중요한 마디지수를 넘긴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S&P500 지수는 지난주 1502.96으로 거래를 마쳐 2007년 12월10일 이후 처음으로 1500선 위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반면 애플은 지난주 특히 24~25일 이틀간 14% 이상 급락하며 시가총액 697억달러를 잃었다.
S&P500은 블랙록 등 큰손들이 올해 중순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1500선을 이미 뚫어버렸다. 지난 25일 하루에만 뉴욕증시에서는 350개 이상의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라자드 캐피탈 파트너스의 아트 호간 이사는 "고용지표가 크게 나쁘지 않다면 다음주에도 주식시장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정가의 혼란만이 현재 주식시장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 ICAP에서 기술적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월터 짐머맨은 "S&P500이 1510선의 저항을 돌파한다면 사상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며 "향후 몇 년 안에 S&P500이 1800선에 육박하는 대세 상승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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