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척 핵잠수함 대체비용 최대 300억 파운드...긴축정책과 맞지 않아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영국 국방부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탑재 뱅가드급 핵잠수함을 동급 동형 잠수함으로 교체를 추진중이지만 예산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 빨간등이 켜졌다.
예산당국이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은 국가가 재정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데 수 십 억 파운드가 드는 핵잠수함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다.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영국 재무부의 대니 알렉산더 예산담당 장관이 단독 인터뷰에서 “모든 정당과 군 고위 장교들은 지속적인 해상 억지력에 대한 신뢰할만하고 주목할 만한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재무부는 차세대 잠수함 석세서(Successor)급에 돈댈 ‘마술 돈단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더는 영국 내각 주도의 트라이던트 대체검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인사다.
영국은 트라이던트 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잠수함(SSBN) 뱅가드급 4척을 보유하고 있다. 뱅가드(1992년),빅토리어스(1993년),비질란트(1995년),벤저스(1996년)로 노후화가 진행중이며 2028년께부터 퇴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트라이던트2 미사일은 길이가 13.41m,지름 이 2.11m에 발사중량이 58.9t나 되는 대형 3단 고체연료 로켓이어서 뱅가드급 잠수함도 미사일 발사를 위한 수직발사관 16개를 장착하도록 길이 149.9m,너비 12.8m,높이 12m,수중 배수량 1만5900t의 대형 잠수함이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동급 잠수함 대체를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집권 보수당은 트라이던트 미사일 체계가 지금부터 2060년 사이에 벌어질 어떤 공격도 억지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고하게 보장할 것이라며 거들어왔다.
또 로드 웨스트 제독은 “예측불가의 세계에서 노후 잠수함을 대체해 현재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생산하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미국 국방부도 후속함 마련을 찬성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재정부문 전체의 압박과 정부가 해야만 하고 하고자 하는 것들, 다른 분야에서의 압력 등을 모두 감안해보면 여기에 돈을 댈 수십억 파운드의 주머니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난데 없으며 재정상으로도 현실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재무부가 국방부를 위해 최신 잠수함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수당의원과 국방부 관료들의 제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석세서급 비용은 국방부내에서 지출돼야만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며 마술돈단지는 없다”면서 “정부로서 총리나 저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9월 닉 하비 전 국방부 장관의 뒤를 이어 대체잠수함검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더장관은 트라이던트 잠수함대 교체가 불필요하며 지나치게 값비싸다는 자기 견해에 도전하는 것은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트라이던트 잠수함을 교체하는 총수명 주기비용은 1000억 파운드를 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알렉산더장관은 대안에 대해 검토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는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가디언은 애스튜트급 핵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하거나 석세스급 잠수함 숫자를 4척이 아닌 2척이나 3척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나는 일방적 핵폐기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억지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재정압박을 받고 있고, 현재의 접근법이 냉전시대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21세기에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지금은 정책입안을 진지하고 신중하며 객관적으로 보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장관은 “21세기에 바다에 잠수함을 하루 24시간, 주 7일,1년 열두 달 동안 둘 필요가 있느냐”고 묻고 이 모든 것들이 재검토되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트라이던트급 잠수함 대체함 설계를 위해 이미 14억 파운드를 지출했지만 이 사업을 진행할 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16년에 가서야 이뤄진다.
트라이던트급 대체비용은 30~40년 동안 연간 운영비 30억 파운드를 포함 당초 250억~300억 파운드로 추정됐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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