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국회가 오늘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시작했다. 헌재는 대한민국 최고의 실정법 규범인 헌법에 관한 분쟁과 의의(疑義), 즉 법령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곳이다. 대법원과 함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민주적 헌정 질서를 수호하는 보루다. 그 책임자의 적격 여부를 가리는 자리인 만큼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검증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후보 지명 이후 이 후보자에 대해 쏟아진 의혹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위장전입과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 등 본인이 인정한 것만 해도 여럿이다. 그 밖에 증여세 탈루, 항공권 깡, 기업체 경품 협찬 요구, 가족 동반 해외 출장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양파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정치 및 이념 편향성 판결 등 업무 수행에 관련된 자질 논란은 물론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에 이르기까지 30여 가지에 이른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자는 헌재소장으로서의 자격과 인품이 부족한 흠결을 지닌 인물이다.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의 대부분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정략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혹의 상당수가 자신이 몸 담았던 헌재 내부 등에서 흘러나온 만큼 낭설이라 넘겨버릴 수는 없는 문제다. 이 후보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의혹을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물론 당리당략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각종 의혹들을 들어 자진사퇴를 주장해 온 민주통합당은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수준이라며 옹호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낙마를 시키겠다고 결론을 내놓고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나, 무조건 감싸 봐주려고만 하는 태도는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청문회는 정치공세의 장이 아니라 인사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가리는 자리여야 한다. 의혹의 실상을 파헤침으로써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수호할 자질과 능력, 품성과 도덕성을 갖췄는지를 살펴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는 정략적 접근을 지양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잣대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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