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영국의 최대 대형마트 테스코(Tesco)가 말고기가 섞인 쇠고기 햄버거를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에 올린 멘션 한 줄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조롱을 받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커다란 말 조형물을 뒤집어 쓴 채 테스코 매장에서 "우리 엄마를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밤 11시(현지시간) 테스코 본사가 운영하는 공식 트위터(@UKTesco)에는 "이제 졸릴 시간이라 우리는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 8시에 뵐게요(It's sleepy time so we're off to hit the hay! See you at 8am for more)"라는 멘션이 올라 왔다. 영업시간이 종료됐고, 다음날 오전에 다시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었다.
문제는 이 멘션의 'hit the hay' 부분이었다. 단어를 직역하면 '건초더미로 가다'는 뜻이 연상되지만 영미권에서 는 이미 '잠자리에 들다', '잠자러 가다'는 표현으로 굳어진 관용어구이다. 그런데 한 트위터리안이 "말고기 파문을 내고도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수백명의 다른 팔로워들도 가세했다.
잭 멀레이라는 네티즌은 "말고기 스캔들이 난 와중에 어떻게 건초더미로 자러 간다는 표현을 쓸 수 있죠? 재밌으십니까?"라는 글을 올렸고 , 또 다른 네티즌은 "당신들이 말 농담을 하다니 별로 유쾌하지 않네요. 어디 고소당하고도 웃고 계실지 두고 봅시다"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아이고, 좀 기다리세요. 말들이 아직 잠들지 않았어요. 그들이 당신 버거 속에 있잖아요"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회사 측은 즉각 사과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트위터 멘션은 사전에 예약돼 있었고, 절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팔로워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질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는 문제가 된 햄버거 뿐 아니라 다른 식품들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테스코가 일반 럼(당밀이나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켜서 증류한 술)처럼 보이는 레드럼(RED RUM, 이 단어를 거꾸로 배열하면 '살인'을 뜻하는 murder가 되고,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의미하기도 한다)을 판매한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도 트위터에 올라왔다.
같은 날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몇몇 젊은이들이 웨일스의 한 테스코 매장에서 말 모양의 탈을 쓴 채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테스코에서 엄마, 아빠를 찾고 있는 말(A Horse Looking for his Mum and Dad in Tesco)'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커다란 말 모형물을 뒤집어 쓴 청년 두 명이 말고기 버거가 놓여있었을 냉동식품 진열대를 앞을 헤매며 "우리 엄마 어디 있나요?, 아빠를 찾아주세요"라고 외치고 이를 촬영하는 친구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이 옆에서 낄낄대며 웃고 소리까지 담겨 있다.
매장 보안직원들이 와서 이들을 제지하자 말은 마트 바닥을 뒹굴고, 밖으로 쫓겨나가는 순간에는 마트 관계자를 향해 "이 살인마들!"이라고 외치기까지 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지 하루 만에 조회수 11만5000건을 넘기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테스코에 대한 네티즌들의 질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 정부도 이번 사태를 단순 징계로 끝내지는 않을 방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들은 말고기가 섞인 쇠고기 버거가 시중에 유통된 것과 관련, 테스코 등 대형마트 4곳이 제품 1000만개를 리콜 조치한데 이어 식품 당국이 이들 쇠고기 패티를 만들어 납품한 아일랜드, 원료의 일부를 수출한 스페인과 네덜란드 업체까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말고기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소비자들이 부지불식간에 말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더욱 철저한 식품 규제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테스코에서 엄마, 아빠를 찾고 있는 말' 동영상 보기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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