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민연금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감안할 때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3 자본시장 및 금융산업 동향과 전망' 세미나에서 "과도한 시장지배력과 기금운용조직의 독립성 미비로 국민연금이 능동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 연구위원은 "주주권이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크게는 능동적 주주권과 수동적 주주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수동적 의결권 행사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주주권 행사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결권 행사는 기업의 경영진이 제시하는 안건에 수동적으로 찬반을 표시하는 행위로 주주권 행사 중에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능동적 주주권 강화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국민연금 비중은 5.4%다. 상장 기업 중 국민연금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은 230개에 이른다. 지분율 9%를 웃도는 기업도 60여개에 달한다.
남 연구위원은 "능동적 주주권 행사방안 중 하나인 사외이사 파견이나 주주제안의 경우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수를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세계최대 연기금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 활발한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캘퍼스의 경우 나스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4%에 불과해 한국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민주화의 수단으로써 연기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수동적 주주권인 의결권 행사는 강화하되, 사외이사 파견이나 주주제안 등과 같은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지양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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