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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린' 기보 24년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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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진짜 뒤통수 맞은 사연...공기업에 사람냄새 나네'

'웃기고 울린' 기보 24년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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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린' 기보 24년 에피소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1. 2005년 당시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많은 선배님과 동료 분들을 떠나보냈다. 유동성 위기 탓이었다. 그 때 기술보증기금이 쓸 수 있는 유동성자금은 약 500억 원 수준이었다. 2006년에는 가용 현금이 1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여기서 직원들 인건비, 경상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가용자금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디폴트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 기보빌딩을 팔아야 했다. 빌딩이 매각돼 매각대금이 입금됐지만 이 마저도 입금 후 몇 분만에 프라이머리 CBO 대위변제자금으로 송금해야만 했다. 우리 팀원들은 모두 패닉상태였다. 지금도 통한의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 때가 생각난다. 당시를 현재의 기금 상황과 비교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2012년 6월말 현재 우리는 약 2조60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녹산기평 안○○

'웃기고 울린' 기보 24년 에피소드

#2.나이 지긋한 고객이 사무실을 방문해 기한 연장을 요청했습니다. 서류를 보니 채무자가 한명 더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공동 대표 분도 와야 한다고 설명했죠. 한참 실랑이를 벌였고 저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고객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었어요. 맞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철퍼덕!' 하는 소리가 온 사무실에 울렸고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예기치 못한 그 상황에 너무 당황스러웠고 창피했어요. 옆에 있던 팀장님과 직원들이 뛰어와서 말리고 겨우 그분을 돌려보냈습니다. 다음날 다시 그분을 만났습니다. 사실 너무 무서웠어요.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죠. 그 때 사장님께서 조용히 제게 다가와서는 "김 차장님, 어제는 내가 좀 지나쳤지요? 미안하구만" 하면서 따뜻한 사과의 말을 건네더군요. 순간 긴장하던 맘이 풀리면서 이상하게 쌓여있던 감정도 누그러졌습니다. 한참을 둘이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 졌는데. 그 뒤에도 사장님은 가끔씩 저에게 안부전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감사실 김○○


기술보증기금이 최근 발간한 임직원 직장생활 에피소드 책자의 일부 내용이다. 사사(社史)를 편찬한 기업들은 많지만 임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책으로 엮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4년 기보 역사 뿐 아니라 공기업을 통틀어서도 최초라는 게 기보 측의 전언이다.

이 책은 직장생활사(事)라는 특성을 감안해 신입과 출근, 내근, 외근, 퇴근 등 5가지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500쪽에 달하는 책자에는 총 233편(신입 49, 출근 29, 내근 50, 외근 53, 퇴근 52)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직원의 뒷통수를 후려친 고객' 사연에서는 웃음이, '조건변경을 위한 자서날인을 받기 위해 찾아간 고객이 말기암환자였다'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묻어났다.


기보가 이 같은 책자를 발간하기로 결정한 때는 지난해 5월. 전국 각지의 산업현장에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의 소통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이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기(氣)살리기'가 필요하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컸다.


회사 관계자는 "2011년 외부평가를 실시한 결과 '조직구성원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는 결과가 나와 임원들의 충격이 컸다"면서 "활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다보니 에피소드를 공유하자는 결과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명부를 수록한 것도 이 같은 취지의 일환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유문재 경영협력실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다가 없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를 발굴해 알리자는 취지를 직원들에게 알리니 호응이 무척 컸다"고 말했다.


편찬작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 9명이 돕겠다고 자원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책자 발간 작업을 도왔다.


에피소드를 공모하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직원은 발간 준비를 하던 경영협력실에 10년전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을 찾고 싶다는 이메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당시 운동중 다리를 다쳤는데, 동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치료비를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방성혁 경영협력실 차장은 "동료를 찾는다는 내용을 회사 전산망에 띄웠더니 당시 같이 일했던 4명에게서 연락이 왔다"면서 "헤어진 가족을 만난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말했다.


김정국 기보 이사장은 "'기보인 에피소드'가 상호 이해와 배려를 통한 통합의 아이콘으로서 정감 넘치는 조직문화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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