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법원이 2년 가까이 상습적으로 부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온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A(44)씨가 부인 B(43)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지정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대기업 연구원 A씨와 석사 출신의 대기업 직원 B씨는 지난 1997년 결혼했다. 큰 딸(14) 임신과 더불어 직장을 그만 둔 B씨는 이후 언젠가 다시 공부해 일을 시작할 작정이었지만 이후 둘째 딸(7)마저 생기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B씨가 느낀 섭섭함, 억울함, 답답함 등은 어느새 A씨를 향한 분노가 되어 2010년부턴 밤새도록 괴롭힘이 시작됐다. 눈이나 얼굴을 때리고 할퀴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A씨를 때리기 시작한 B씨는 급기야 2011년 9월 방에서 쉬고 있던 A씨의 머리를 피아노 의자로 내리쳐 뇌진탕을 입히기에 이렀다. ‘매 맞는 남편’으로 소문이 나 이미 한달 전 회사도 그만 둔 A씨는 그 날로 집을 나와 이혼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이혼의사가 강력한 점, 두 사람 모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를 두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자로 지정하며 “자녀들의 연령과 양육 상황,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신 A씨로 하여금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1인당 월50만원씩을 양육비로 지급하되 월2회 각 32시간 및 매 방학마다 일주일간 자녀들을 만날(면접교섭)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수 있으며 자녀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실시하기로 한다”며 “B씨는 A씨의 자녀들에 대한 면접교섭권 행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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