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오는 7월 시행
아파트 내 주민운동시설 위탁관리 가능해져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지난해 외벽 균열 등으로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소송을 제기했던 서울 강북 A아파트 주민들은 허탈감에 휩싸였다. 입주한 지 7년이 지나도록 여러차례 보수를 해도 진척되지 않자 하자분쟁 전문변호사를 고용했는데 '남 좋은 일'만 시킨 결과만 가져온 것.
당초 변호사는 가구당 수백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1억원 이상의 변호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자 50만원도 채 안 되는 보상금이 돌아왔다. 항소를 고민하던 입주자들은 변호사를 위한 성공보수가 과하다고 판단하고 결국 포기했다.
앞으로 아파트 하자보수보증금을 소송비용, 변호사 성공보수, 생활비 등 타 용도로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및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의결된 주택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외에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현행 규정은 하자보수보증금 이용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나 입주민들이 하자보수 비용으로 쓰지 않고 이를 소송비용, 성공사례비, 생활비 등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300가구(주상복합아파트는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했다면 30일 이내에 관할 관청에 정확한 용도를 신고해야 한다. 이를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납부하게 된다. 이달 초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며, 공포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이와 함께 매도청구소송이 진행 중인 토지에 대해 공사 가능 시점을 매도 합의 또는 매도청구 승소 판결이 있는 경우로 명확히했다. 현행 규정은 소송 대상 토지에 대한 착공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각종 분쟁을 야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도청구소송 대상 토지에 대한 공사 시점을 명확해져 재건축·재개발사업 진행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게 됐다"며 "해당 개정안은 공포되는 대로 바로 시행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아파트 헬스장 등 주민운동시설 관리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위탁업체를 전자입찰방식에 따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했다. 위탁관리를 위해서는 입주민의 75%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시행은 오는 2014년 1월부터다.
이 밖에 아파트 동별 대표자의 해임사유를 위법행위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해임 절차도 동 입주민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한편, 5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 회장 및 감사의 예외적 간선제 허용안 등은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의 반대 속에 의견을 다시 수렴해 재입법 추진하기로 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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