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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0조 복지 예산과 그 뒤편의 정치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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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국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은 정치권의 새정치 구호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잘 보여준다. 국회는 어제 새벽에야 342조원 규모의 201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법정처리 시한을 10년째 어긴 것은 물론이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겼다. 구태의 반복은 5년 만에 여야 합의 처리라는 기록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처리 시점만 그런 게 아니다. 내용 면에서도 짚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 예산안의 특징은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다는 점이다. 보편적 복지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상징성을 띤다.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 요인을 줄이고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감안할 때 긍정적 측면이 있다.

문제는 '100조원 복지' 뒤에 가려진 그늘이다. 복지 예산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의료비를 보조하는 의료급여 보조액은 2824억원이 삭감됐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금도 3194억원이나 줄었다.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사업엔 생색을 냈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인 것이다. 미래산업선도 기술개발, 해외자원개발 등 성장잠재력 확충에 쓰여질 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깎였다. 국방 예산은 3297억원이 삭감됐다. 선심성 복지 예산을 늘리느라 안보와 미래 성장을 뒷전으로 밀어낸 꼴이다.


그런 중에도 유력 정치인들은 지역구 사업을 알뜰하게 챙겼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여야 실세 의원들의 민원성 사업을 포함한 지역 예산은 5574억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많은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택시법'을 통과 시켰는가 하면 여야가 약속했던 주택취득세 감면 연장은 지자체의 반발을 구실로 외면했다.

정치권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특권 포기, 세비 삭감 등을 내세우며 정치 쇄신을 다짐했다. 결국 표를 의식한 빈말로 드러났다. 권한을 남용해 나라 살림을 제 입맛대로 칼질하면서 새정치를 말하는 건 후안무치하다.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국민적 정치개혁 열망은 아무런 결실 없이 이대로 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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