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MRI(자기공명영상장비)와 초전도자기부상열차에 핵심 부품인 초전도체를 상온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으로 그동안 '극저온'에서 초전도성이 일어났고 이를 위해 비싼 헬륨을 냉각시켜야 했다.
국내 연구진이 자성과 초전도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단결정 물질을 발견해 MRI 장비의 성능 개선 및 초전도자기부상열차 상용 보급을 위한 상온초전도체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섰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그륀베르크 자성 나노소재 연구센터 조병기 교수(52)와 신소재공학부 성낙헌 박사과정생(제1저자)이 주도하고 삼성종합기술원 김광석 박사가 참여했다.
'초전도성'이란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고 외부 자기장을 배척하는 성질이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기 때문에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의료장비인 MRI의 재료로 사용되며 차세대 수송수단인 초전도자기부상열차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 초전도성이 일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켜야 하는 단점을 지닌다. 이 냉각 비용 때문에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나 초전도자기부상열차는 매우 비쌀 수밖에 없다. 냉각이 필요 없는 '상온초전도체'가 실현되면 값이 저렴하고 성능은 더 좋은 MRI와 초전도자기부상열차를 만들 수 있다.
상온에서 초전도를 구현해 응용하기 위해서는 초전도성의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자성은 초전도성과는 상극인 특성으로서 초전도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최근 자성과 초전도성을 동시에 갖는 물질들(자성 초전도체)이 우연적·간헐적으로 발견되면서 상온초전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자성-초전도성 간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지금까지는 고체 내부의 전자 두 개가 고체의 격자로 인한 약한 인력에 의해 하나의 쌍을 이뤄 초전도가 발생된다고 여겼지만 자성 초전도체의 발견으로 전자의 자성(스핀 상태)이 초전도 메커니즘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로 주목 받고 있는 것.
새로운 초전도체를 '우연에 의존'해 발견해 온 실험연구자들과 달리 조병기 교수 연구팀은 '지적 설계' 개념을 도입해 '의도적 구상'에 의한 초전도체를 구현해냈다. 조 교수팀은 235 구조 계열 물질에 다양한 원소를 치환하면 초전도성이나 자성 또는 무거운 페르미온 성질을 갖는 물질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 Pt-Ge(백금-게르마늄) 계열 물질인 La2Pt3Ge5 와 Pr2Pt3Ge5를 단결정 형태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La2Pt3Ge5 은 235 구조 계열 물질 중 초전도 전이 임계 온도가 제일 높은 물질로서 일반적 초전도체와 다른 초전도 메커니즘을 갖는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Pr2Pt3Ge5 은 초전도 전이 임계온도 이하에서 반자성 전이 성질을 보이는 물질로, 자성과 초전도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성과 초전도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 두 물질을 이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차세대 MRI와 초전도자기부상열차 보급을 위한 상온초전도체 개발도 국내 연구진이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물리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B' 최신호 (12월호)에 게재됐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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