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아시아축구연맹(AFC)의 선택은 이근호(상주 상무)였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손을 들었다.
기성용은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2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남자부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 7명과 20개 언론사 축구팀장이 실시한 투표에서 합계 70.2점을 받아 이근호(65.2점)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54.2점)을 따돌리고 2년 연속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불거졌다. 기성용은 언론사 배점에서 33점을 받아 이근호(48점)에 뒤진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술위원 평가에서 37.2점을 획득하며 17.2점에 그친 이근호와의 격차를 뒤집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기술위원 평가점수와 언론사 점수의 비율을 동등하게 하기 위해 기술위원 해당 점수에 2.86을 곱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단과 기술위원회의 가중치 기준이 달랐던 셈이다.
당초 두 선수의 활약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기성용은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넘나들며 '중원사령관'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이를 발판으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스완지로 이적한 그는 특유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 능력으로 팀 내 입지를 굳혔다.
이근호 역시 뒤지지 않는 성과를 남겼다. 특히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이근호는 대회 1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4골 7도움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울산에 사상 첫 ACL 우승컵을 안기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K리그와 A대표팀에서도 각각 8골과 5골을 터뜨려 간판 공격수로서 명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술위원 평가점수가 두 배 넘게 차이가 난 점은 쉽게 납득되기 어려웠다. 거듭된 의문에 결국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해명에 나섰다. 그는 "기술위원들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란 성과에 좀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 같다"면서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 이적 후 안정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구자철이 기술위원 배점에서 37.0점을 받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황보 위원장은 "이근호와 구자철 모두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 상을 주고 싶다"라면서도 "ACL 우승도 탁월한 성적이지만 국제대회 사상 첫 메달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된 배경"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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