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올해 역사적인 세대 교체로 이뤄진 중국 차기 지도부의 최대 과제는 세계 2위인 중국 경제의 성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2월 15일자)에서 올해 경착륙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중국 경제가 다시 회복되고 있지만 차기 지도부는 절제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첫 행보에서 드러났다. 시 총서기는 지난 7일 취임 후 첫 지방 순시지로 광둥성(廣東省)을 택했다. 광둥성은 개혁ㆍ개방의 기수인 덩샤오핑(鄧小平) 전 최고지도자가 20년 전 개혁ㆍ개방 노선을 재천명한 곳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지는 등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 성장엔진이 멈출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회간접자본 투자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중에 돈을 쏟아부은 당시와 분명한 온도 차이가 있다.
2009년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2008년 대비 50% 늘었다. 중국 사상 전례 없는 케인즈식 경기부양책이었다. 올해 중국 정부는 18개 지방 도시의 지하철 건설과 주요 도로ㆍ철로ㆍ항만 신설을 허가했다. 인프라 투자의 시동을 다시 걸었지만 3년 전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 연말을 앞두고 경기회복세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새 지도부 출범 후 지방 정부 재정 지원을 줄이는 등 부양 규모는 점차 주는 추세다.
인프라 투자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3ㆍ4분기 7.4%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 8%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 소매판매, 수출 같은 거시 경제지표도 9월 이후 확연히 개선됐다.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0.1%로 3월 이후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력생산 등 세부 지표도 올해 내내 저조하다 11월 7.9%로 급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 5일 자국 경제가 바닥에 이르렀다면서 내년 성장률을 8.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8.4%로 높였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규제의 고삐를 풀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을 계속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주요 70개 대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많은 53곳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과열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7월까지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로 경기하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물가 상승세가 나타난 이후 환매조건부채권 매수를 통한 단기 유동성 공급 외에 공격적인 완화정책은 자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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