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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대통령시대]위기·실패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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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대통령시대]위기·실패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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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나서면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의 탄생은 헌정 사상 처음이자 여성이 주역이 되는 미래를 상징하는 단어다. 그러나 '준비된'이라는 단어는 인간 박근혜, 정치인 박근혜의 굴곡진 한국 근대사를 그대로 투영한다.


박 당선인의 삶은 영욕과 부침으로 점철된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일반인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고 일반인이 절대 겪어볼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10대 영애(대통령의 딸), 20대 퍼스트레이디 대행, 30대 집안의 가장, 40대 국회의원, 50대 천막당사 야당 대표, 60대 여당 대선후보와 당선. 여성의 알파벳 첫글자인 W와 같은 굴곡진삶을 한번도 아닌 두번, 세번을 겪었다.

◆대통령의 딸…모친의 피격 그리고 스무살의 퍼스트레이디=박 당선인은 그가 아홉살 되던 1961년 당시 육군 소장이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ㆍ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1964년에 청와대에 들어간다. 청와대에서 중ㆍ고교 시절을 보낸 박 당선인은 1970년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전자공학과(서강대)를 택해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생활을 마친 1974년 초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그 생활은 6개월만에 끝이 났다. 그해 8월15일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8ㆍ15 경축식장에서 간첩 문세광의 총탄에 스러지자 급거 귀국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틈도 없이 22살의 나이에 '퍼스트레이디 대행'으로 분주한 삶을 산다. 그러나 1979년 10월26일 다시 비극이 찾아온다. 부친인 박 대통령의 서거였다. 이 소식을 들은 그는 "지금 전방은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은 지금도 박근혜는 곧 안보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 신군부 시절…영남대 재단 생활…18년간의 칩거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 박 당선인은 1990년대 중반까지 영남대 이사,육영재단 이사장 등의 외부활동을 했으나1998년 정치권에 입문하기까지 18년간의 은둔, 칩거에 들어간다. 이 기간은 박 당선인에게 암흑기와 같았다. 박정희 체제 하에서 잘나가던 인사들이 대부분 등을 돌렸다.


박 당선인은 자서전에서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라며 "한번 배신하고 나면 그 다음 배신은 더 쉬워지면서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적었다. 박 당선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통이미지와 친박으로 대표되는 측근정치의 비판을 받은 것은 당시의 경험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박 당선인은 이 시기에 육영재단 이사장직과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선친의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1987년에는 6년간의 숨죽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에서 선친의 추도식을 열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선친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박정희재평가에 나서고 이는 곧 과거의 유신,독재가 재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막당사 대표…대권고배…재도전= 박 당선인은 1997년 11월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대선 유세 지원활동을 벌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위기를 방관할 수 없었다는 게 정계입문 변이었다. 1998년 4월 치러진 대구 달성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1년 이회창 대세론과 공천에 반발해 탈당, 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2004년 천막당사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그해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얻어내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이후부터 지난 4·11총선, 이번 대선까지 박 당선인이 거친 선거는 연전연승을 기록한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과정에서 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선거 판도를 바꿨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로 한나라당과 지지 세력의 정서를 정리해 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그러나 2007년 첫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석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세종시 수정안논란에서 원안 고수로 완승하면서 다시 당 전면에 등장했고 2011년 비대위원장, 2012년 대선후보 선출과 대선승리로 이어진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안철수현상으로 대세론이 무너지고 막판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보수의 아이콘이자 독신으로서의 삶은 여성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했고 잦은 말실수와 TV토론에서 보여준 실력은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한계도 그러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과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된 것은 변화 대신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민생대통령, 어머니같은정부를 만들겠다는 그의 마지막 호소가 먹혔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향후 5년간 '인간 박근혜'와 '정치인 박근혜'에서 '대통령 박근혜'로의 삶을 살게 돼 있다. 이는 또 다른 삶이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은 끊임없이 제기된 불통 이미지와 부친의 과거사를 둘러싼 역사관 논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가 내세운 '국민대통합'의 이행을 위해서라도 향후 초대 내각 구성과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세대와 이념을 포괄해 전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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