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문용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됨에 따라 서울교육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문용린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혁신학교,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며 변화를 예고해왔다.
◇곽노현 전 교육감 핵심 정책들 뒤집히나?= 우선 '혁신학교'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 후보는 "61개의 학교를 골라 파격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혁신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더 많다"며 "장·단점과 공과를 유심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는 총 61개의 혁신학교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지난 5일 2013학년도 혁신학교 추가 지정을 위한 공모 결과, 초등학교 5곳과 중학교 1곳 등 총 6개 학교가 혁신학교 추가 지정을 위한 공모에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여부는 신임 교육감에게 달려 있어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2013년도 예산안에는 혁신학교 관련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기간동안 진보진영의 이수호 후보와 가장 극심한 의견대립을 보였던 '학생인권조례' 역시 무력화될 확률이 높다. 문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가 수업시간에 엠피쓰리(MP3)를 듣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없어졌다"라며 "교사들의 두 손을 묶어버린 인권조례의 독소조항을 분명히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한편 무상급식의 경우,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현재 규모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핵심공약, 실현 가능성은? = 기존의 서울교육정책의 변화 외에도 이번 선거에서 문 후보가 내세운 핵심 공약들의 추진 가능성도 교육계의 관심사다.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소규모 학교 전환', '공립유치원 2배 확충' 등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추진하기에는 버거운 공약들이 많아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시험폐지' 공약의 경우,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 및 규칙에 맞지 않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학습 발달사항에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점수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 특히 기재사항을 교과부 장관이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중학교 1학년의 시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공립유치원 2배 확충 공약은 장기적인 전망으로 201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따라서 1년 6개월에 불과한 짧은 임기동안 공립유치원의 획기적인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임기가 끝난 뒤 당선될 새 교육감의 뜻에 따라 공립유치원 확충 공약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현재 16%수준인 국·공립유치원의 유아분담비율을 2017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국·공립 유치원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립 유치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립유치원의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융자하는 '유아교육지원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소규모 학교 만들기'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43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를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 2~3개 군으로 분리해 운영하겠다"며 소규모 학교 만들기 공약을 핵심공약으로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 학교 건물에서 생활하되 두 개의 학교처럼 운영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실무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 중 하나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20일부터 임기 바로 시작, 예산안 처리 등 난제 산적= 문 후보는 20일 오전 10시 30분경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고, 현충원에 참배를 한 다음 오후 1시 30분에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당선자의 임기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인 1년 6개월이다.
이번 교육감선거가 재선거로 치러지면서 교육감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이 없이 당선된 다음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새로운 교육감이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아직까지 시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도 예산으로 7조3689억원을 편성했으나 누리과정예산을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립하면서 예산안 논의는 대선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곽 전 교육감의 구속수감으로 중단된 서울시교육청 직제 개편도 시급한 과제다.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지난 10월 "곽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직제개편은 교육청 내 일부 비선라인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여 조기에 끝내려고 했기 때문에 문제였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지방공무원, 학교회계직 등 13개 직종에 대한 총액인건비제도가 시행되면서 정원 조정 및 직제 개편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새 교육감은 내년 3월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직제개편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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