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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퇴거 80대 치매 할머니, 양로원 생활 중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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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루원시티 공영개발 과정, 아들은 주민대책위원장

[아시아경제 김영빈 기자] 인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구역에서 강제 퇴거된 후 양로원에서 지내던 80대 할머니가 보름여 만에 숨졌다.


집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에 따른 강제집행으로 지난달 30일 아들과 함께 살던 빌라에서 쫓겨난 김모(85) 할머니가 지난 13일 서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돌아가신 김 할머니의 아들 홍모(46)씨는 루원시티 주민공동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가족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공동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LH공사의 무리한 강제집행이 불러온 비극으로 ‘행정살인’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와 LH공사는 법원 판결에 따른 불가피한 강제집행이었고 가족들이 모시기를 거부하는 김 할머니를 양로원에서 지내도록 조치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 책임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강제집행 및 사망 경위
루원시티 공동사업시행자인 인천시와 LH공사는 지난달 30일 빌라 3층에 거주하는 홍모 주민공동대책위원장 집 강제집행에 나섰다.


지난해 명도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시와 LH공사가 강제집행을 미루던 끝에 이날 법원 집행관들에 의해 홍씨와 노모가 강제 퇴거된 것이다.


용산 참사 이후 동절기(12~2월) 강제집행이나 철거는 금지됐기 때문에 이날이 올해 강제집행 마지막 날이었다.


장기간 끌어오던 주민 이주 문제는 이날 홍씨 모자의 강제 퇴거로 사실상 끝났다.
루원시티 전체 1만5000여 세대 중 아직 4세대가 남아있으나 실제 거주하지는 않고 연말까지 이주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97만여㎡에 달하는 루원시티는 철거가 60%가량 진행됐고 시와 LH공사는 내년 상반기 중 철거 완료와 함께 기반시설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이날 살던 집에서 쫓겨난 김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도 갖고 있었다.


아들 홍씨는 어머니를 계속 집에서 모시겠다며 강제집행 중단과 원상회복을 요구했고 결국 오갈 데 없게 된 김 할머니는 119차량에 의해 서구의 한 양로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김 할머니는 지난 7일 고열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양로원으로 돌아갔으나 11일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결국 이틀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유가족 및 시민단체 주장
“재산도, 노모의 생명도 빼앗아간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억울하다.”
숨진 김 할머니 아들 홍모 위원장의 절규다.


그는 ‘도시개발구역 및 개발계획결정 무효 확인소송’ 등 각종 주민소송을 주도해 왔고 앞으로도 소송을 계속 제기할 생각이다.


홍씨는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노모를 찾지 않았고 숨진 이후에도 시신 확인 차 한 차례 병원을 방문한 뒤 발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루원시티 개발사업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집행도, 어머니의 죽음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어머니를 살려내라”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강제집행 후 이 곳 저 곳 떠돌며 생활하는 홍씨가 노모를 모실 사정이 되지 않았다며 시와 LH공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행정살인입니다. 갈 곳도 없고 지병도 있는 할머니를 병원도 아닌 양로원에 버린 거예요. 인천시와 LH가 생명을 방치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 터전’ 오봉구 현장팀장


“할머니께서 아들과 헤어져 낯선 양로원에서 생활하면서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무리한 강제집행이 부른 비극으로 시와 LH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전국석면환경연합회 인천협회 이병기 사무국장


이들은 “힘없는 주민들이 사업시행자 측이 휘두르는 강제집행이라는 무기 앞에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처럼 도시개발에 앞서 전체 주민의 동의부터 얻고 가(假) 이주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와 LH공사의 입장
50%씩의 지분을 갖고 루원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와 LH공사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반응이다.


“할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루원시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고 (홍씨가)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아 양로원에 모시게 됐습니다. 현재 지문을 채취해 경찰에 신원확인을 요청한 상태이며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시 석승택 개발지원팀장


“강제집행을 최대한 미루며 임대아파트 알선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홍 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할머니를 길바닥에 방치할 수는 없어 시와 협의를 통해 양로원에 모셨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법적 책임은 없지만 장례비용 부담 등 도의적 책임은 다하겠습니다.” -LH공사 인천지역본부 루원사업단 유재현 보상부장


이번 루원시티 강제 퇴거 할머니의 사망 사건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놓고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장기화할 우려도 높다.


앞으로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던 할머니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개발방식, 생존권 차원에서의 주거복지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후 5시 30분, 기자가 찾아간 서구 왕길동 O장례식장 할머니 빈소는 영정조차 없이 썰렁한 가운데 인천시와 LH공사에서 나온 직원 2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영빈 기자 jalbin2@




김영빈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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