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태준 명예회장 '그의 용광로는 아직 뜨거웠다'

故 박태준 명예회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철강왕'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첫 추모식이 전국에서 거행됐다. 박 명예회장은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을 일으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일궈낸 경영의 달인이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기 상황에서 선각자의 정신을 기리고 지키려는 추모 행렬이 전국에서 이어졌다.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는 13일 오전 박 명예회장의 묘소가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은 정준양 포스코 회장, 강창희 국회 의장 등 500여명의 국내외 저명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 명예회장의 생전 육성과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으며 연세대학교 성악과 강무림 교수는 '내영혼 바람되어'를 추모곡으로 불렀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당신의 추억과 당신의 정신은 뒤에 남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계신다"며 "박태준 정신, 창업세대의 불굴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혁신과 창의로써 오늘의 위기와 난관을 돌파해 세계 최고 철강회사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추도했다.

이어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서는 박 명예회장의 모습과 어록이 담긴 부조를 제막했다. 부조는 가로 7.5m, 높이 4.0m, 두께 1.1m의 크기의 박 명예회장 전신상이다. 서울대 이용덕교수가 양각과 음각이 뒤바뀐 '역상조각' 형식으로 제작했다.

이 자리에서는 청암(고 박태준 명예회장 호)사상 관련 학술 연구논문을 종합, 체계화한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열다'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포스코 창업에서부터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키워낸 박태준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의 이념까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박태준의 사상과 정신세계를 책에 담았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포항 본사 대회의장과 광양 어울림체육관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분양에 참가한 전ㆍ현직 임직원들은 '그 분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이겨내자'고 다짐했다.

포항시청에도 헌화 장소가 마련됐으며 포스텍(포항공과대)에도 노벨동산 청암조각상 앞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포스코는 13일 서울국립현충원서 故 박태준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을 갖고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 박태준 명예회장의 모습과 어록이 담긴 부조 제막식과 청암(고 박태준 명예회장 호)사상 관련 학술 연구논문을 종합·체계화한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열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태준 사상, 미래를 열다' 단행본 표지.

고 박 명예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4선 의원에 총리까지 지낸 정치인이었지만 한국 철강산업을 일군 기업가로 더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기업가 정신은 '제철보국(製鐵報國)'과 '우향우정신'으로 알려져 있다. 우향우정신은 "조상의 피의 대가(대일차관)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한다"고 말한 그의 불굴의 정신력과 사명감을 뜻한다. 이후 그는 포스코를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성장시켜 무역 1조원 달성 등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포스텍을 세워 노벨과학상을 배출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중국의 최고실력자인 덩샤오핑이 1978년 이나야마 요시히 당시 신일본제철 회장에게 "중국에 포항제철과 같은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말했고, 이에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느냐"는 답을 들었다는 일화는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유명한 일화기도 하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생전 박 명예회장을 가리켜 '경영에 관한 한 불패의 명장'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진정한 기업가였다. 그는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의 창업자지만 회사 주식은 단 한 주도 갖지 않았다. 2000년 40년간 거주하던 아현동 소재 주택을 처분해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부패를 멀리한 '무소유 경영'은 현재 기업가는 물론, 국가지도자들도 본받아야 할 시대정신으로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