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자회견 열고 삼성 공익캠페인에 “사려 깊지 못한 일, 주민들 서운함, 분노 느꼈을 것”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내포신도시 공익 캠페인에 삼성계열사가 참여한 것에 대해 12일 직접 공개사과했다.
충남도가 삼성의 공익캠페인방송을 주선해 서해안 유류피해사고로 시름에 잠긴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5년이 지난 서해안 유류피해사고는 충남도에서만 피해배상 청구건수 7만2872건이나 된다. 정부의 무관심으로 주민들 피해보상은 지지부진하다. 피해책임자인 삼성그룹은 2008년 2월 1000억원을 지역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그동안 4명의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지난 10월26일엔 서울 삼성동 삼성중공업 서초사옥 앞에서 1100여 주민들과 규탄집회를 하다 국응복(58) 서해안유류피해총연합회장이 자해를 하기도 했다.
피해주민들을 비롯한 서해안주민들이 삼성이란 이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삼성이 참가한 공익캠페인방송을 본 주민들은 충남도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일부 충남도의원들은 방송중단과 충남도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안 지사는 이날 “사려 깊지 못한 일”이었다며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 지사는 충남도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도민의 입장에서 볼 때 삼성중공업이 피해보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삼성계열사 협찬을 받은 도청 이전 홍보광고가 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어 “피해주민들이 삼성그룹 본사에 가서 그룹차원의 책임을 촉구하고 피해주민 대표가 할복까지 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의 협찬광고가 나갔다는 그 사실자체로 서운함과 분노를 느겼을 것”이라며 “저는 이런 주민들 분노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혔다.
문제가 된 캠페인광고와 관련해선 “충남도청 이전의미와 내포시대 비전을 널리 알리고 충남도민의 역량을 함께 모아가자는 취지의 공익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또 “이번 사안의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 인사조치 등 피해주민들께서 요구하신 사안들에 대해선 도지사인 제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처리해가겠다”며 “이 문제는 물론 피해주민 배·보상문제에 이르기까지 빨리 매듭지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지사는 전날 서해안 유류피해주민 대표들을 만나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충남도는 지난 9월 충남도내 여러 유력기업에 내포신도시 도청이전 공익캠페인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천안·아산에 자리한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계열사들이 방송국에 협찬한 ‘공익 스팟’이 11월 하순부터 방송되면서 서해안 유류피해주민들 반발을 샀다. 문제가 된 공익스팟은 지난 7일 충남도 요청에 따라 방송이 중단됐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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