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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추첨대란' 공립유치원, 왜 못 늘리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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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추첨함에서 '합격'을 뜻하는 주황색 공을 뽑은 학부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불합격'을 뜻하는 흰색 공을 뽑은 학부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11일 서울지역 국공립유치원이 일제히 신입생 추첨을 실시한 가운데, 학부모들의 희비는 탁구공 색깔에 따라 엇갈렸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만3세부터 만5세반 신입생 추첨을 실시한 서울 성북구의 길음 유치원에서도 이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매년 '추첨대란' 공립유치원, 왜 못 늘리나 봤더니 지난 11일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유치원에서는 약 350여명의 학부모들이 몰린 가운데, 유치원 신입생 추첨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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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별로 추첨이 시작되자 접수증 번호에 따라 차례로 호명된 학부모들은 떨리는 손으로 추첨함에서 탁구공을 뽑았다. 합격공을 뽑은 학부모는 기쁨에 차 소리를 지르거나 눈물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부러움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이날 만 5세반 기본교육과정반 추첨에 참여해 합격한 학부모 박지영(35)씨는 "단 한명만 뽑는 기타전형에 합격해 더 기쁘다"며 "첫째 아이도 이 유치원을 졸업했는데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믿을 만하고, 교육환경도 좋아 꼭 보내고 싶었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자 25명 중 2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서 합격한 최미정(36)씨는 "지난해에는 안 될 것 같아 아예 포기했는데 올해 마음을 비우니까 됐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반면 대기자 추첨에서도 떨어진 학부모들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명씩 뽑는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인숙(35)씨는 "유치원 들어가는 데도 추첨을 하다니, 정말 잔인한 것 같다"며 "공립유치원마다 한반씩만 더 늘려도 혜택받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길음유치원의 정원은 140명(6학급)으로 추첨을 통해서 재취원생 및 재원생 동생 입학을 제외한 60명을 선발했다. 이날 추첨을 위해 모인 학부모는 350여명에 이르렀고, 이중 14명을 선발하는 '만3세 기본교육과정' 일반전형에 지원한 학부모는 총118명으로 경쟁률이 9대 1에 육박했다.


여명선 길음유치원장은 추첨에 앞서 학교를 방문한 350여명의 학부모에게 "아이들의 첫 학교인 유치원에 보내는 것부터 추첨을 거쳐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올해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올라가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년 '추첨대란' 공립유치원, 왜 못 늘리나 봤더니 지난 11일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유치원에서는 약 350여명의 학부모들이 몰린 가운데, 유치원 신입생 추첨식이 열렸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에 몰리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교육의 질은 높은 반면 비용은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여 원장은 "유치원 임용고사를 치른 교사들이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의 전문성이 보증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신뢰가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누리과정이 만 3~5세로 전면 확대되면서 무상교육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한달 22만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유치원들이 수업료ㆍ교재비 등을 대폭 올리면서 지원효과가 반감된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최미정씨는 "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데는 경제적 문제도 크다"며 "현재 보내고 있는 사립유치원은 매달 50~60만원씩 들어가는데 내년부터 국가에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무상에 가까운 공립유치원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립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률이 수십대 일에 이르는 만큼 시교육청에서는 공립유치원을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가 않다. 유치원 증설에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역시 임기 초반에는 공립유치원 입학기회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1년 만에 당초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이번에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문용린, 이수호 후보도 모두 공립유치원 2배 증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상의 문제 및 사립유치원의 반발 등의 이유로 증설 계획 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병설 유치원이 아닌 유치원만 따로 세우려면 토지 매입비용과 건축비용이 많이 들어 예산편성의 어려움이 있고,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병설유치원을 늘리려고 해도 초등학교의 협조가 필요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공립 유치원이 같은 지역에 들어서려고 하면 기존 사립유치원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교육청이 이를 쉽게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혜손 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보통 병설 유치원은 연령별로 1~2학급밖에 없다"며 "공립유치원의 학급 수를 늘려야 치열한 경쟁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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