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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시 개천에서 龍 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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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다시 개천에서 龍 나게 해야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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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규씨는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1989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재학 시절부터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원은 그가 자취하던 봉천동에 있었고 수강생은 대부분 집이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열심히 공부하면 학교 수업을 받는 외에 학원을 한 곳만 다니면 대학입시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 그가 가르친 학생의 상당수는 자신이 목표로 잡은 대학의 학과에 진학했다.


그 때 제자들을 그는 지금도 만난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제도라면 너희는 아마 그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들은 "입시제도가 복잡하게 바뀌기 전 대학에 들어가게 돼 다행"이라며 그의 말에 수긍한다.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가르치면서 배웠다. 사교육시장에서 입시학원장으로 일하면서 대입제도가 중산층 이하 학생과 학부모를 점점 더 힘들게 하는 데 분노하게 됐다. 그는 오랫동안 고민한 대입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아 올해 초 '다시, 개천에서 용 나게 하라'는 책을 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첫 방송연설을 듣고 이 책을 다시, 이번에는 꼼꼼히 읽었다. 문 후보는 연설에서 "과거엔 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 점점 그렇지 못한 사회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되는 가장 넓은 등용문이 대학의 문이다. 이제 그 문이 개천 출신에게는 매우 좁은 문이 됐다. 속담은 '용은 용궁에서 나온다'로 변했다. 게다가 개천 사람들은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키려다 살림에 주름이 지고, 노후 대비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행 대입제도가 계층이동의 통로가 되기는커녕 계층간 골을 더 깊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신규 취업자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취업에 유리한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더욱 심해진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중등교육은 물론 초등교육 때에도 대입에 맞춰져 이뤄진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대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중산층 이하 계층이 불리해진다고 오치규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말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대입제도 단순화를 공약으로 걸었다. 박 후보는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대입전형 방법을 각각 수능ㆍ내신ㆍ특기적성ㆍ입학사정관전형만 따지는 네 가지로 줄이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행 대입전형 방식이 3000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들 공약은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여러 정부가 매달렸는데도 대입전형의 난제는 풀리지 않았다.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두 후보는 대입제도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화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에서는 전형 단순화가 가능하지 않다. 변별력이 없다는 얘기다. 수능을 어렵게 내라는 말이 아니다.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평가는 결과가 정규분포와 비슷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교과과정에 바탕을 두고 문제를 쉽게 내되 만점에 가까워질수록 득점자가 뚜렷하게 줄게끔 전체 문항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가로막은 것은 다름아닌 가치관이다. 학생을 점수로 줄 세우면 안 된다는 철학이다. 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외면한 생각이다. 경쟁을 감추는 대입제도의 토대는 김대중 정부 때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만들었다. 기준이 많아졌고 경쟁은 왜곡됐다.


문재인 후보는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정책기조로 천명했다. 교육이야말로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과정을 공정하게 되돌려야 할 분야다.






백우진 정치경제부장 cobalt1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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